뷰페이지

‘현대판 콩쥐’…스톡홀롬 증후군과 유사한 트라우마

‘현대판 콩쥐’…스톡홀롬 증후군과 유사한 트라우마

입력 2016-04-06 14:12
업데이트 2016-04-06 14: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다 내가 잘못해서야·벗어날 수 없어” 절망감과 무력감

‘현대판 콩쥐’로 비유되는 의붓딸 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인 A(14)양이 ‘스톡홀롬 증후군’과 유사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롬 증후군이란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는 것으로서, 가해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심리 상태다.

아동 상담 전문가들은 A양이 계모 B(41) 씨로부터 수년간 지속적인 학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깊은 절망감으로 이와 유사한 심리 상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A양의 학대는 결석이 잦은 A양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몸에 멍 자국을 발견한 교사가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양을 상대로 피해 상담을 시작했다.

그러나 A양은 ‘계모의 학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깊은 절망감과 ‘어느 사람도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으로 한동안 피해 진술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학대를 받았는지 인식조차 못 했다.

오히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여겼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계모의 처벌도 원하지 않았다.

이처럼 절망에 빠진 A양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스톡홀롬 증후군에 준하는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심리 치료 프로그램도 가동됐다.

결국, 심리 상담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도움으로 A양은 계모의 학대 사실을 하나하나 진술했고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나 계모의 신체적·정서적 학대는 충격적이었다.

빨래와 밥 짓기, 집 안 청소 등 온갖 허드렛일은 의붓딸인 A양의 몫이었다.

반면 계모의 친자식인 의붓언니와 이복동생은 금지옥엽처럼 여겼다.

A양이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가끔 밥도 굶겼다.

늘 배가 고팠던 A양은 계모가 다이어트를 위해 산 단백질 분말 가루를 몰래 먹다가 들켜 주먹과 발로 수차례 맞기도 했다.

배고 고파서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안 계모는 훈육을 빌미로 A양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꼬집는 등 학대했다.

‘남동생을 돌보라’는 이유로 수학여행도 가지 못하게 했다.

A양은 지난해 7일가량 학교에 결석했다. 대부분 집안일과 동생을 돌보느라 가지 못했다.

1박 2일간의 가족여행을 떠나면서도 계모는 A양을 집에 남게 해 집안일을 시켰다.

여행지에서도 계모는 집안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로 A양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자신을 빼놓고 떠난 1박 2일간의 가족여행은 역설적으로 A양에게 자유를 줬다.

하지만 자유도 잠시뿐이었다.

집 안 CCTV에서 A양이 보이지 않자 계모는 수차례 전화해 욕설과 함께 집안일을 하라고 몰아쳤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계모는 A양이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했다.

비좁은 세탁실에 6시간인 한나절 가까이 가만히 서 있는 벌을 서게 했다.

집안에 설치된 CCTV는 계모의 감시와 학대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의 상징이었다.

계모의 학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A양은 무력감과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하나뿐인 혈육인 친부는 직업상 가족과 같이 사는 날보다 집을 떠나 있는 날이 많아 A양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 피해 아동 대부분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데 A양은 더욱 더 심각한 상태였고,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A양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A양은 친부와 계모에게서 분리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검찰은 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계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한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1심 선고에 앞서 계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