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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터뷰집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

세월호 인터뷰집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

입력 2016-04-05 16:04
업데이트 2016-04-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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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 “힘들고 아프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우리도 이렇게 힘들고 아프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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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년 앞두고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
세월호 2주년 앞두고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 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의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희생자 故 남지현 양의 언니 남서현 씨(왼쪽)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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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년 앞두고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
세월호 2주년 앞두고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 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의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희생자 故 남지현 양의 언니 남서현 씨(왼쪽)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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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꼬회관에서 열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인 박보나(23) 씨는 이 책의 구술 작업에 참여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출판사 창비에서 펴낸 이 책은 세월호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 11명과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 나이에 유가족이 된 15명의 이야기를 작가들의 손을 빌려 담았다.

세월호 참사 2주년을 앞두고 나온 이 책은 이들이 겪은 참사 당일의 기억과 사건 이후 ‘생존자’ 또는 ‘유가족’으로서 경험하는 폭력과 무력감, 절망감을 전달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 씨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자에게 형제자매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우리도 이렇게 힘들고 아프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남서현(25) 씨는 “부모님도 계신데 형제자매들이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용기인지, 바뀌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인지는 모르겠는데 2주기를 앞두고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남 씨 또한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생이던 동생 지현 씨를 잃었다.

2년이 흘렀지만 책에 실린 인터뷰 26편에는 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슬픔과 죄책감이 고스란히 담겼다.

생존자들은 ‘나만 살아 나왔다’는 자책감, 형제·자매들은 ‘엄마 아빠도 힘든데 나까지’라는 생각으로 선뜻 표출하지 못한 속내가 곳곳에서 표출된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간담회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간담회 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의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호연 작가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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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해 1월 창비에서 출간된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후속편 격이다. 희생 학생들의 부모 13명을 만나 이들이 어떻게 자식을 잃은 이후의 삶을 견뎌내는지를 담은 이 책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발간된 관련 도서 중 가장 많이 판매됐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도 르포작가, 인권단체 활동가, 대학원생 등으로 이뤄진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하 작가기록단)이 심층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집필했다.

작가기록단의 이호연 작가는 “‘금요일엔 돌아오렴’ 출간 이후 다음 작업을 고민하다가 ‘세월호 피해자 중 가장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들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봉착했다”고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옮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과 기억을 환기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착수한 작업이지만 이들과 허심탄회하게 인터뷰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상당수가 당시 사고와 그 여파로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다.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나’는 생존학생과 유가족이 겪은 참사 당일의 경험, 참사 이후의 일상 이야기가 담겼다.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해 묻어두었지만 결국 털어낸 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울림을 준다.

2부 ‘이름의 무게’는 ‘생존자’ 또는 ‘유가족’이라는 이름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을 그려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무게감을 안고 남은 인생을 살게 된 이들이 학교나 거리에서 이 무게감을 실감하는 순간들이 묘사된다.

3부 ‘우리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합니다’는 구술자들의 앞에 놓은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났음에도 이들의 상처는 쉽사리 아물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불거진 단원고 ‘존치교실’(기억교실)을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박 씨는 “학교를 졸업했거나 지금 다니는 형제·자매가 많다. 우리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추모 공간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내 동생이, 형이나 언니의 문제인데 학교나 교육청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데 분노가 크다”고 말했다.

남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 시행령 폐기 촉구 활동에 참여한 그는 최근 세월호 관련 청년모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

작가기록단 소속인 이호연 씨는 “유가족과 생존자의 위치는 미묘하게 다르다. 하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서로 궁금해하고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들이 책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책은 11일 정식 출간된다. 352쪽. 1만5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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