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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in 비즈] 현대상선 채권단의 미묘한 기싸움

[비즈 in 비즈] 현대상선 채권단의 미묘한 기싸움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04-04 18:26
업데이트 2016-04-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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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채권 만기 연장을 하면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거죠.”(현대상선 사채권자 대표)

“우리도 같은 채권자 아닙니까. 상황을 지켜보는 중입니다.”(산업은행 담당자)

“그럼 현대증권 매각대금은 어떻게 사용되는 거죠.”(사채권자 대표)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산은 담당자)

지난달 28일 현대상선 사채권자 대표 자격으로 농협·신협 직원 4명이 산은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오는 7일 12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데도 현대상선과 채권단 측이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산은을 찾은 것입니다. 하지만 산은은 사채권자를 설득하기는커녕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농협·신협은 4월 만기 채권의 70% 이상을 들고 있는 채권자입니다. 산은이 지난달 29일 현대상선 조건부 자율협약을 의결하면서 조건 중 하나로 사채권자 채무 조정을 내세웠는데, 제 발로 찾아온 이들을 설득하지 않았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막판에 가서는 사채권자들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산은은 2013년 ㈜STX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농협·신협이 결국 ‘백기’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은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에 기대를 거는 눈치입니다. 연간 2조원대 용선료를 20~30%라도 낮추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건데요. 협상 시한을 못박아 놓고 용선료 협상에 임하게 하는 것부터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채권단이 법정관리(청산) 가능성을 내비치며 ‘벼랑 끝 전술’을 쓰면 선주들이 용선료를 낮춰 줄까요. 선주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채권단이 자율협약 조건으로 용선료 인하를 내걸었듯이 선주들도 용선료 인하분을 나중에 갚도록 하거나 향후 용선을 늘리는 식으로 ‘조건’을 달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 용선료 인하 성과를 얻기 위해 선주들과 계약 변경을 했다가 ‘독소 조항’ 때문에 나중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 채권단이 책임질 수 있을까요. 어설픈 ‘압박’ 전략보다 진정성 있는 설득 작업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4-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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