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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香萬里> 히틀러 최측근 일기장 발굴한 뒷얘기 ‘악마의 일기’

<書香萬里> 히틀러 최측근 일기장 발굴한 뒷얘기 ‘악마의 일기’

입력 2016-04-02 10:27
업데이트 2016-04-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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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박물관 문서담당자·FBI 전직요원 공조…“홀로코스트 구체적 언급 없어”

히틀러의 최측근이 남긴 400여 장의 일기장이 2013년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의 한 미국 소도시에서 발견되자 세상은 ‘반짝’ 주목했으나 곧 잊는 듯했다.

그러나 홀로코스트로 친척을 잃은 미국 대형 박물관의 문서보관 담당자와 미 연방수사국(FBI) 전직 요원이 2차대전 직후 증발한 이 일기장을 찾아내기까지의 뒷얘기를 최근 책으로 펴내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서 출간된 ‘악마의 일기: 알프레트 로젠베르크와 제3제국의 사라진 비밀(The Devil’s Diary: Alfred Rosenberg and the Stolen Secrets of the Third Reich)‘은 이 일기를 끈질기게 추적해 다시 세상에 내놓은 이들의 ’듀오 플레이‘ 얘기다.

일기의 주인은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이너서클‘ 멤버였던 알프레트 로젠베르크(1893∼1946년).

그리고 책은 사라진 일기를 68년 만에 발굴하는데 성공한 전직 FBI요원 로버트 위트먼이 언론인 데이비드 킨리와 함께 썼다.

하인리히 힘러, 요제프 괴벨스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로젠베르크는 나치가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에 이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나치즘의 이론가였다.

아리안 인종의 우월성과 반(反)유대주의 주장하는 그의 저서 ’20세기 신화‘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이어 나치 독일 당시 많이 팔린 책 가운데 하나였다.

나치 신문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나치 점령지의 예술품을 약탈하는 작전을 감독했으며, 나치 외교정책국장을 역임한 고위 인사이기도 했다.

로젠베르크는 1934년 봄부터 1944년 겨울까지의 10년을 일기로 남겼다.

그러나 사료 가치가 큰 이 일기는 1946년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서 로젠베르크가 교수형에 처해진 후 행방을 감췄다.

당시 재판의 검사였던 로베르트 켐프너가 미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됐다.

켐프너 검사는 1993년 미국서 사망했다. 그러나 후손에 의해 미국 워싱턴DC의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으로 넘어온 그의 유품 중에 이 일기장은 빠져 있었다.

이 박물관의 수석 문서보관 담당자였던 헨리 마이어가 나선 것은 이 때부터다.

마이어는 “나치 독일에서 로젠베르크의 위치, 히틀러와의 친밀한 관계, 그리고 어쩌면 유대인에 대한 ’최종적 해결(홀로코스트)‘을 명령하는 히틀러를 직접 목격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극도로 중요한 역사적 사료라고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어는 수 년 동안 엉뚱한 곳을 뒤졌다고 한다.

도난 예술품 회수를 전문으로 했던 전직 FBI요원 위트먼에게 ’SOS‘를 친 것은 2012년에 이르러서다.

바통을 이어받은 위트먼은 마치 FBI식 수사를 하듯 일기의 행방을 찾아나섰다.

쉽지는 않았던 듯 하다. 위트먼은 “마치 꼬리부터 시작해 호랑이를 잡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위트먼이 붙든 단서는 켐프너 검사의 비서이자 정부(情婦)였던 여성의 여동생이 언니로부터 우연히 들었다는 한마디의 말이었다.

“켐프너 검사는 생전에 일기장을 종교학자인 허버트 리처드슨에게 넘겨 보관을 의뢰했는데, 리처드슨이 운영하는 출판사가 뉴욕 주 북부 루이스턴에 있다”는 것이었다.

마이어로부터 이 얘기를 듣고 루이스턴을 탐문한 위트먼은 리처드슨이 일기장을 갖고 있다는 심증을 굳혔고, 이 ’수사'에 가세한 미 국토안보부의 수사관들이 2013년 2월 리처드슨을 면담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수사관들에게 “일기장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부인하던 리처드슨은 일기장의 소유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며 법원의 소환장까지 제시하는 수사관들에게 얼마 후 일기장의 존재를 시인했다.

일기장은 켐프너 검사가 넘긴 문서 상자 속에서 나왔다. 독일제 서류함 속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로젠베르크는 누런 종이에 필기체로 쓴 장문의 일기에서 홀로코스트가 결정되기까지의 히틀러의 입장, 자신과 히틀러의 대화 내용 등을 기술했다.

힘러, 헤르만 괴링 등 나치의 고위 인사들과 가졌던 회의 내용도 기록해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홀로코스트에 대한 세부 계획은 언급돼 있지 않았다.

히틀러나 로젠베르크의 말은 “유대인을 말살해야 한다”, “유대인은 유럽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정도에서 그쳤다고 위트먼은 이 책에 적었다.

하퍼 출판사. 528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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