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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달라고 했는데 총알이 날아왔다”…필리핀 농민 ‘절규’

“쌀을 달라고 했는데 총알이 날아왔다”…필리핀 농민 ‘절규’

입력 2016-04-02 10:24
업데이트 2016-04-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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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가뭄대책 요구 시위대에 발포·유혈충돌…농민 3명 사망·50여명 부상

“우리는 가뭄 구호, 특히 쌀을 원했는데 총알이 날아왔다.”

지난 1일 필리핀 남부의 북 코타바토 주에서 경찰이 가뭄대책을 요구하는 농민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농민들이 절규했다.

2일 일간 마닐라스탠더드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 현장에서 경찰 발포로 농민 3명이 숨졌다. 양측의 충돌로 최소 53명이 다쳤고 이 중에는 경찰관 20여 명도 포함돼 있다.

엘니뇨(적도 해수온 상승) 현상으로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필리핀에서 가뭄 피해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시위에 나선 것이다.

농민과 가족, 지지자 등 5천∼6천 명이 북 코타바토 주의 고속도로 일부를 점거한 채 가뭄으로 굶주리고 있다며 정부에 쌀 1만5천 포대와 보조금을 요구했다.

이 지역에서는 영세농가들이 벼농사를 짓거나 옥수수, 바나나, 코코넛 등을 기르는 데 가뭄 탓에 2억4천만 페소(60억 원 이상)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농민들은 “가족들이 먹을 게 없어서 쌀을 달라고 했는데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쐈다”고 비난했다.

농민단체인 필리핀농민운동(KMP)의 페드로 아나도 코타바토주 지부장은 “폭력적인 시위대 해산 작전에 관련된 주 정부와 경찰을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 정부와 경찰은 농민들이 불법 시위를 벌였고 시위대가 먼저 폭력을 썼다며 책임을 시위대에 돌렸다.

엠미로우 멘도사 주지사는 “농민들이 해산을 거부하고 경찰관을 공격, 폭동을 일으켰다”며 “시위대에서 처음 총을 쐈다”고 말했다.

경찰도 “시위대가 돌을 던지는 등 공격적이었다”고 밝히고 은신 중인 시위 주도자의 검거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내달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무소속 대선 후보인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은 “가뭄 피해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농민들을 거들었다.

야당 후보인 제조마르 비나이 부통령은 “쌀을 달라는 농민들에게 폭력을 쓴 것을 개탄한다”고 말하는 등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이에 에르미니오 콜로마 대통령궁 대변인은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고 적절한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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