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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 12*3의 비밀’ 공원결의로 시작된 범죄인생

‘주민번호 12*3의 비밀’ 공원결의로 시작된 범죄인생

입력 2016-04-01 14:19
업데이트 2016-04-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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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있음.>>동향·감방동기들 강령 정해 절도전문 범죄단체 조직교도소 동료끼리 공유한 ‘범죄 노하우’ 전수

강·절도 전문 범죄조직을 결성해 각종 범죄를 벌이다 교도소에서 인생의 3분의 1을 허비한 속칭 ‘노땅’ 절도범들이 붙잡혔다.

60∼70대의 나이로 늙은 이들이 기록한 평생의 범죄경력은 영화 ‘도둑들’의 내용을 방불케 한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전국을 돌며 주택 침입 절도를 벌여 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황모(61)씨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15차례의 강절도 전과로 합쳐 20여년을 복역하고 1년여 전 출소한 황씨는 지난 1월 공범 최모(71)씨와 일산의 한 아파트에 침입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도주하기도 했다.

최씨와 황씨는 2004년 2월께 수원역 인근 공원에서 결성한 강·절도 전문 범죄조직의 두목과 조직원이었다.

최씨는 본인의 이름을 따 ‘○○파’라는 절도전문 범죄단체를 조직해 두목을 맡기로 했다.

공원은 조직원 4명과 함께 결의를 다지는 이른바 ‘도원결의’의 장소였던 셈이다.

이 자리에서 조직원들은 절대 지켜야 할 세가지 ‘행동강령’도 만들었다.

‘1. 모든 범행에서 얻은 금품은 정확하게 똑같이 분배한다.’

‘2. 범행하다 발각돼 검거되면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고 완강하게 부인한다.’

‘3. 범행을 해도 절대로 사람에게 상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세 가지 강령을 결의한 조직원들은 곧바로 ‘큰 건 한탕’을 계획한다.

부산에서 고미술품을 훔치기로 한 이들은 협박조, 절도조, 도주조 등 역할분담을 정해 사전답사까지 한 뒤 2004년 3월 30일 오전 10시 40분께 부산 중구의 한 미술관에서 작전을 개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술관에 미술품을 살 것처럼 들어가 여종업원을 유인하고, 경비원을 제압했다.

미술관 업주를 묶어 흉기로 위협한 끝에 일본 미인도 등 당시 시가 10억원 상당의 미술품 6점을 훔쳐 나왔다.

이후 충청도의 한 사설 미술관을 털려다 잇따라 붙잡혀 최씨는 범죄단체결성 혐의까지 추가돼 처벌받았다.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했던 인생에도 거리낄 게 없는 이들이었지만, 세월이 발목을 잡았다.

‘절도→교도소’를 반복하는 사이 범죄단체를 결성하던 당시 50대이던 최씨는 70대 고령이 되었고, 조직의 주도권을 비교적 팔팔한 황씨에게 넘겨주고 망이나 보는 신세로 전락했다.

황씨는 최씨 조직의 근간이었던 모 교도소 출신이 아니었지만, 최씨와 같은 고향인 경기도의 한 지역 출신으로 주민번호 뒷자리 중 지역번호가 같은 이들이었다.

황씨는 사망한 쌍둥이 형과의 인연으로 최씨 등과 만나 날쌘 몸놀림을 무기로 전국을 누비며 절도범죄를 저질렀다.

‘노땅’ 최씨의 범죄 노하우는 고스란히 황씨에게 전해졌다.

벗어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가발을 쓰고, 추적을 피하고자 대포폰을 수시로 교체하며 사용하고, 범죄 대상지 사전답사는 인터넷 지도로 하며, 확증이 없으면 여죄 혐의를 무조건 부인했다.

황씨는 먼저 붙잡힌 김씨와 공범 여부를 끝까지 부인하다 경찰의 추궁에 ‘의리’를 저버리고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황씨를 조사한 광주 북부경찰서 강력 6팀 김영래 팀장은 “전국에서 황씨가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절도범죄가 수십 건에 달하지만, 황씨가 능숙하게 혐의사실을 부인해 여죄를 밝히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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