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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자보다 못한 게 뭐 있나? 임금 더 달라”

“우리가 남자보다 못한 게 뭐 있나? 임금 더 달라”

임병선 기자
입력 2016-04-01 11:46
업데이트 2016-04-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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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축구 로이드와 모건, 솔로 등 연방정부에 진정

 여자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인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대표해 다섯 선수가 “남자대표팀 선수들 만큼 임금을 달라”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알렉스 모건, 호프 솔로, 칼리 로이드, 메간 라피노에와 베키 사우어브룬 등은 국제대회 성적이 변변찮은 남자대표팀 선수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미국축구협회(USSF)가 시정하도록 해달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산하 동등채용기회위원회(EEOC)에 진정했다. 이들은 지난해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일본을 5-2로 누르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 남자대표팀보다 막대한 중계권료 수입을 창출하는 등 세 차례 월드컵을 제패하고 네 차례나 올림픽 금메달을 땄는데도 단 한 차례도 메이저 이벤트 우승권에 가보지 못한 남자대표팀에 견줘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대표해 남자 선수만큼 임금을 받게 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한 여자 선수들. 왼쪽부터 칼리 로이드, 알렉스 모간, 메간 라피노에.   AP 자료사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대표해 남자 선수만큼 임금을 받게 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한 여자 선수들. 왼쪽부터 칼리 로이드, 알렉스 모간, 메간 라피노에. AP 자료사진
 그러나 abc 뉴스는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짚었다. 선수들과 노동조합은 현재 집단거래합의서(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의 지위를 놓고 USSF와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연맹은 연초에 미국여자국가대표팀 선수협회와 맺은 합의서가 오는 8월 리우올림픽을 거쳐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한 반면, 노동조합은 2013년 3월 발효된 이 합의서를 어느 때든 폐기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방송은 여자대표팀이 남자보다 훨씬 더 많은 중계권료 수입을 올리게 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USSF는 여자대표팀이 2017 회계연도에 176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반면, 남자대표팀은 900만달러 선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미 여자는 리우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반면, 남자대표팀은 예선 탈락했기 때문이다. 올 회계연도에도 남녀국가대표팀이 1770만달러의 수입을 창출해 42만 929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여자월드컵 우승과 그에 따른 투어 덕에 수입을 올릴 수 있어서다. 여자대표팀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은 대체로 월드컵이 열린 해였기 때문이다.

 

남녀 월드컵 우승팀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건네는 포상금 자체가 다르다. 여자월드컵을 제패한 미국 여자대표팀 선수들에게 건네진 포상금은 200만달러로, 독일 남자대표팀이 3500만달러를 챙긴 것과 대조된다. 미국 남자대표팀은 본선에 진출(16강 탈락)한 것만으로 900만달러를 챙겼다. EEOC에 제출된 진정서에 따르면 여자 선수들은 월드컵 대표팀에 들어 일인당 3만달러를 챙긴 반면, 남자는 6만 8750달러를 챙겼다. 또 남자는 월드컵 본선에 나간다고 해서 25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았지만 여자는 한 푼도 없었다.

그러면 통상적인 임금 차별은 존재할까? 여자대표팀의 최상급 선수들은 1년에 20경기 이상 출전한다는 조건으로 보너스 합쳐 7만 2000달러를 받고, 경기마다 승리수당을 챙겨 최대 9만 9000달러를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대표팀 선수들도 1년에 20경기 이상 출전해야 하는데 출전 수당으로 5000달러씩 벌 수 있다. 상대 팀의 FIFA랭킹을 따져 보상액에 차이가 빚어진다. 만약 모든 경기를 이겼을 때는 26만 3320달러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자 선수들은 시범경기 등에 출전해 인센티브로 훨씬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 소속팀과 스케줄 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USSF와 집단구매합의서에 근거해 소속팀 임금을 책정한다.

 

 또 USSF는 중계권료 수입을 한묶음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캐나다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일본을 5-2로 제쳤을 때 폭스와 NBC의 텔레문도 네트워크를 통해 2670만명의 시청자가 지켜봐 미국 텔레비전 중계 사상 단일 축구 경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제압했을 때 ABC와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을 통해 지켜본 2650만명을 웃돌았다.

폭스의 30초 광고료가 21만 760달러였던 반면 ABC의 30초 광고료는 46만 5140달러였다.

결국 대회 수준과 시장의 크기, 중계권 마케팅의 구조적 차이와 FIFA의 포상 체계의 차등 등이 어우러져 남녀 차별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NBC는 여자 선수들의 바람대로 성차별을 해소하려면 USSF가 FIFA의 배당금에 특별 예산을 별도 편성해 지급하거나 남자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급여를 낮추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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