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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재판 무죄’ 친형 살해 고교생 대법서 유죄 확정

‘참여재판 무죄’ 친형 살해 고교생 대법서 유죄 확정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6-02-01 07:07
업데이트 2016-02-0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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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여부에 배심원단·상급심 판단 엇갈려

친형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받은 고교생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17)군에게 단기 2년6개월, 장기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4월1일 오전 2시께 강원 춘천시 집에서 자신을 나무라는 형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군은 술에 취해 귀가한 형에게 구타당하다가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형의 오른쪽 가슴을 한 차례 찔렀다. 형은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아버지와 뒤엉킨 상태였다.

A군은 어릴 때부터 형에게 상습 폭행당해 심리치료 상담을 받을 정도였다. 사흘 동안 맞아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고 식칼로 위협당하기도 해 악감정이 쌓였다. 범행 당시는 형을 다치게 해서라도 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뿐 죽이려 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재판에서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9명은 미필적으로도 고의가 없었다며 만장일치 무죄 평결을 냈다.

“칼로 찌를 당시 특별히 힘을 세게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부검의의 의견, “형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는 일관된 진술, 범행 직후 방을 빠져나와 발을 구르고 스스로 얼굴을 때린 행동 등이 근거가 됐다. 아버지에게 제압당해 눈에 띄는 부위를 무작정 찔렀을 뿐 급소를 겨냥하지는 않았다고 배심원들은 판단했다.

재판부도 평결을 존중해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대비해 상해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지만 살인 혐의가 그대로 인정됐다.

평소 형에 대한 악감정은 충분한 살인 동기로 해석됐다. 방 밖으로 나가 흉기를 가지고 다시 들어온 점, 굳이 몸을 굽혀가며 엎드려 있는 형의 가슴을 찌른 점은 적극적 범행이었다는 판단을 뒷받침했다.

2심은 범행 직후 A군의 행동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한 자책과 후회로 해석할 수는 있어도 살해할 의사가 아니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부검의 의견에서 나온 배심원 판단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는 통상적인 힘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은 법의관이 새로운 의견을 내기도 하는 등 사정이 달라진 탓에 미필적 고의에 대한 1심 평결을 고수할 수 없다며 실형을 선고하고 A군을 법정구속했다.

1심은 판결문에 “배심원들은 피고인에게 동정심을 느껴 살인의 고의를 부정한 것이 아니란 점을 명백히 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배심원들이 의식했듯 사실관계나 법리가 아닌 감정 또는 이념적 성향이 평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국민참여재판 도입 때부터 제기됐다.

2008∼2015년 국민참여재판 1천667건 가운데 6.8%인 114건은 재판부가 평결과 다르게 판결했다. 이 가운데 무죄 평결을 유죄 판결로 바꾼 경우가 106건이었다. 배심원이 판사보다 더 관대한 판단을 내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법원은 배심원과 판사의 판단이 다르다고 해서 평결에 불필요한 요소가 개입됐거나 배심원들이 오판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본다. 법원 관계자는 “배심원 평결을 따른 판결이 2심에서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상급심에서 1심 배심원 평결대로 변경된 사례도 있어 누가 맞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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