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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르포> 美대선 아이오와 결전 D-2…열전의 현장을 가다

[단독]<르포> 美대선 아이오와 결전 D-2…열전의 현장을 가다

입력 2016-01-31 11:13
업데이트 2016-01-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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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샌더스는 대학으로…트럼프는 공항에서 즉석연설 총격피해 前하원의원과 등장한 힐러리 경호는 벌써 ‘대통령급’샌더스 “후원자 가장 많다”, 트럼프 “중대상황”…‘크루즈 열기’도 대단

미국 대선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D-2인 30일(현지시간) 오전.

아이오와 중부 스컹크강 연안의 에임스에 위치한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한 강당출입구에는 검색대가 설치됐다.

한적한 이 대학 곳곳에서는 백악관에서 파견된 경호원들이 경호견을 끌고 이곳저곳의 보안을 점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신원 확인을 거친 뒤에야 강당에 입장했다.

사전 취재승인을 받은 기자가 들어선 강당은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지지 열기로 후끈했다.

유세장인 이곳의 3층 계단에까지 1천 명 이상의 주민들로 빼곡했다. 신문과 방송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대단했다. 가히 ‘대통령급’ 인사의 움직임에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예정시간을 1시간 이상 훌쩍 넘긴 낮 12시53분. “와!”하는 탄성과 함께 클린턴 전 장관이 복도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딸 첼시와 2년 전 총기난사 사건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가브리엘 기포드 전 하원의원 부부를 앞세우고서다.

먼저 첼시가 연단에 올라섰다. 그녀는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의 선거를 지원하게됐다”며 “엄마가 첫 여성 대통령이 되면 이제는 더 많은 여성들이 남녀가 평등한 미국에서 살게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향한 주자로서의 면모를 한껏 부각시킨 것이다.

이어 기포드 전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녀는 “힐러리는 우리의 안전을 위해 싸워왔다”며 “그녀를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클린턴 전 장관을 ‘마담 프레지던트’(Madame President)라고 부르면서 “힐러리는 강하다. 백악관에서 그녀는 총기 로비에 맞설 것이다. 그게 내가 힐러리에게 투표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녀와 함께 ‘책임있는 총기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인’이라는 총기규제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마크 켈리도 연단에 올라 “총기규제가 당파적 이해관계로 봉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클린턴 전 장관이 연설에 나서 “강력한 총기규제를 할 대통령은 나”라면서 경쟁자인 과거 총기제조업체와 로비단체를 편드는 투표를 했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차별화를 강조했다.

그는 “연간 미국에서 3만3천 명이 총기관련 사고로 사망한다”며 “이는 중요한 도전이며,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 아이와 국가가 이런 희생을 계속 당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무시할 것인가”라며 “우리의 행동은 총기소유자의 권리나 헌법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샌더스가 (총기매매시 신원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도록 한) 이른바 ‘찰스턴 구멍’에 찬성하는 투표를 과거에 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를 지지하면 미국이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현장에서 만난 캠프 자원봉사자인 루이스 로서(53)는 연합뉴스에 “힐러리는 국무장관과 상원의원을 거치며 많은 국정 경험을 쌓아왔다”며 “타협의 경험과 입법활동 등은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자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샌더스 의원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그가 본선 당선 가능성이 있느냐,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붉은색 코트를 입고 나온 클린턴 전 장관은 평소와는 달리 이날은 매우 차분한 어조로 지지를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전날 국무부가 그의 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에서 ‘1급 비밀’이 22건 발견됐다는 발표를 한 게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힐러리 캠프에 가기에 앞서 기자는 먼저 인근에서 펼쳐진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유세장을 찾았다.

에임스의 게이트 호텔 가든룸에서 열린 그의 유세에는 1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인기를 실감케 했다.

가든룸 내부는 물론 복도까지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크루즈 의원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하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입구에서 크루즈 의원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공짜로 나눠주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트럼프를 ‘패배자’, ‘찌질이’라고 비판하며 크루즈 의원 지지를 선언한 극우 라디오 방송 진행자 글렌 벡이 찬조연사로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슈퍼팩 소속으로 이곳까지 원정 지원유세를 왔다는 릭 셰프턴(58)은 “그는 강한 보수주의자고 그가 말하는 것을 지킬 사람”이라면서 “크루즈가 이번 코커스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다. 트럼프는 약해질 것이고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크루즈 의원의 캐나다 태생 문제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이슈가 아니다. 그는 선천적 시민권자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골드만삭스 대출 문제에 대해서는 “다 갚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이오와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폴(58)이라고 밝힌 남성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크루즈가 트럼프를 꺾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캐나다 태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성직자나 군인의 자식들도 미국 밖에서 태어나지만 그래도 선천적 시민권자다. 트럼프의 논리대로라면 어머니가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트럼프 본인도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50대 중반의 아이오와 토박이 다이앤(여)은 “크루즈 의원과 벤 카슨,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3명 가운데 한 명을 지지하려고 한다. 오늘 크루즈 의원의 연설을 듣고 마음을 결정하려고 하는데 행사장이 꽉 차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아주 분열적이고 믿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사장에는 또 크루즈 의원의 아내 하이디가 직접 딸을 안고 나와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남편의 공약을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공화당 유력주자인 트럼프는 이날 아이오와 주 동부 더뷰크 카운티를 공략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전용기에서 내리자마자 격납고 주변에서 400여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곧바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은 중대상황”이라며 투표참여를 간곡히 호소했다. 또 “테드 크루즈는 문제가 있다”며 “도대체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인가”라며 그의 ‘캐나다 출생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기세를 얻고 있는 민주당 샌더스 의원은 아이오와 주 웨이벌리 대학으로 가 “내가 300만 명의 개인 후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했다는 게 스스로 자랑스럽다”며 “역사상 어느 후보보다 후원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후보들은 부자에게 선거를 의존하고 있다”며 경쟁자인 클린턴 전 장관을 우회 비판하는가 하면 “경제 불평등을 줄이겠다”며 친(親)서민 후보로 자신을 내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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