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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상식 곳곳서 깨진다…유례없는 현상·조치 잇따라

글로벌 경제상식 곳곳서 깨진다…유례없는 현상·조치 잇따라

입력 2016-01-31 10:49
업데이트 2016-01-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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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식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민간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대신 수수료를 내는 ‘마이너스 금리’가 이제는 일본,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유로존 등 세계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이 됐다.

국제유가는 내리는데 산유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함께 휘청대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오일쇼크라는 단어 대신 역(逆)오일쇼크라는 말이 탄생했다.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야 할 신흥국들이 주저앉으면서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경제성장률 격차도 한층 줄어들었다.

◇ 제로 금리 넘어 마이너스 금리로…“세금도 늦게 내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제로(0) 금리’를 도입했다.

8년이 지난 현재, 주요 선진국에서는 제로 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행은 2008년 12월 금리를 0.1%까지 내린 데 이어 이달 29일 사상 처음으로 -0.1%로 내렸다.

민간은행이 자금을 맡기는 대신 기업에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등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2014년 6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두 번에 걸쳐 금리를 -0.3%까지 낮췄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 이외에도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와 대만도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국채를 중심으로는 마이너스 금리가 한층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일본, 유럽에서 발행한 국채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인 국채 물량은 5조5천억 달러에 달한다.

현금을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수수료를 무는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예전에는 볼 수 없던 기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칸톤주(州) 정부가 세금을 늦게 내길 원하면서 조기 납세시 제공하던 할인 혜택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기대만큼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은행이 직접 시장에 돈을 푸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보다는 약효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조치의 경우 기존 지급준비용 자금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아서 효과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 ‘逆오일쇼크’ 유가 떨어지는데 경제는 오히려 악화

역사상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세계 경제는 흔들렸다.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중단하면서 제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1979년에는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발생하면서 석유수출을 금지해 2차 오일쇼크가 일어났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가 벌어질 때마다 선진국은 물론 한국 등 원유 수입국이 일제히 타격을 입었고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세계 경제 하락이 뒤따랐다.

하지만 현재는 유가가 치솟는 대신 하락할 때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역오일쇼크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깨고 26달러 선으로 떨어질수록 세계 경제는 요동쳤다.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 수출에 기대는 신흥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이 여파가 세계 경제로 전염되면서 선진국까지 함께 고난에 빠지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 역시 셰일원유 개발로 원유 생산국의 반열에 들면서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바로 받게 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초부터 유가가 떨어지면 주가도 내려가고 유가가 오르면 주가도 오르는 상관관계가 크게 두드러졌다.

올해 1월 20거래일 동안 미국 뉴욕의 S&P 500지수와 북해 브렌트유의 상관관계는 0.97로 최고 수준은 1에 근접했다.

상관관계가 1이면 유가와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같은 비율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주가와 유가의 상관관계가 0.97에 이른 것은 1990년 이래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 더이상 興하지 않는 신흥국·더는 進하지 않는 선진국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신흥국은 그간 두자릿수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한 중국 경제와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의 성장세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성장 동력이 있었기에 세계 경제의 혼란이 제한적일 수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신흥국이 더는 세계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신흥국의 대표격인 중국은 지난해 6.9%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구(IMF)가 이달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은 2.1%, 신흥국은 4.3%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IMF가 2008년 10월에 내놓은 전망에서는 선진국 경제 성장률이 2007년 추산으로 2.6%, 신흥국은 8.0%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선진국은 2000년대부터 2%대 안팎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신흥국은 ‘이머징’(Emerging)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가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이 더디게 성장하고 신흥국은 주춤하면서 양측의 차이가 사라졌다.

미국 금융계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이코노믹타임스가 주최한 회의에서 종전까지 5∼6%씩 성장하던 신흥국이 이제는 4∼5% 선에서 성장한다며 “이것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비정상(new abnormal)”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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