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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신년특집] 새해 경제 기상도 -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인터뷰

[서울신문 신년특집] 새해 경제 기상도 -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인터뷰

입력 2011-01-01 00:00
업데이트 2011-01-0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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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엔화강세 지속… 여름쯤 더블딥 빠질 것”

일본 대장성(재무성) 관료 시절 ‘미스터 엔’이라고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靑山)학원대 교수는 올해도 엔고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금융정책에 따라 엔화 가치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데 미국의 경기 회복이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여져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경제가 현재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으로, 시차를 두고 일본에도 영향을 줘 여름쯤 일본도 더블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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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쿄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일본 경제가 올 여름쯤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고 밝힌 근거는.

-세계적으로 경기가 상당히 안 좋다. 유럽은 그리스를 시작으로 남유럽쪽 전체의 경기가 좋지 않다. 미국의 경기는 마치 1990년대 일본과 같이 금융시스템이 붕괴해 불량채권이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 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소비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면 미국경제도 경기 회복이 순조롭지 않다. 미국경제 자체가 더블딥 상태다. 미국의 이같은 경제 현실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일본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일본 경기는 지난해 7~9월에는 어느 정도 순조로웠지만 10~12월부터 침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말부터 일본 경제가 갑자기 흔들리는 이유는.

-지난해 7~9월의 경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10~12월은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문제는 올해인데 마이너스가 안 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좋게 봐도 1~2%정도 성장밖에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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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불황의 늪을 벗어나기 위한 대응책이 있다면.

-상당히 어렵다. 세계가 동시 불황에 직면해 있는 탓에 전체적으로 상황이 어려워졌다. 주식이 한꺼번에 폭락하고 시장이 이상해지는 1930년대형 불황이 아니라 0~1% 정도의 성장률이 5~10년 이상 계속되는 1870년대형 불황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선진국은 모든 국가가 금융 개입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경기가 안 좋다. 일본도 올해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펼치지 않으면 안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만 경기가 어느 정도 되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세계 경제의 예측은. 앞으로 7~8년 동안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그리스 위기, 아일랜드 위기라고 하는 유럽의 구조적인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7~2008년에 세계적으로 동시 불황을 겪었는데 그때로부터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다. 모든 국가가 재정을 긴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다. 재정 긴축을 한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는 좋은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의 흐름을 좋지 않게 하는 조치다. 당분간 재정 재건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럽 경제가 구조적으로 안 좋을 것으로 본다. 유럽과 미국의 현 상황을 보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4~5년간 경기가 순조롭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가 꽤 긴 불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를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는데.

-미국 경제는 2007~2008년 붕괴한 금융시스템에 공적자금을 투입시켜 극한 상황에서는 벗어나긴 했지만 거품이 꺼진 1980년대 후반의 일본처럼 금융시스템 기능이 충분히 제대로 재가동되지 않고 있다. 금융시스템이 무너진 이후 실질적으로 회복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불량 채무가 늘어나고, 소비자의 부채도 늘어나는 등 구조적인 불황 상태다. 주택가격도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불량 채권이 더욱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정책적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앞으로 환율 문제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불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달러 가치는 향후 떨어질 것이다. 아시아 통화에 대해 달러가 싸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연말까지 엔화는 사상 최고치인 79.5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1달러당 83~84엔대를 유지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미국의 금융정책에 따라 엔화가 높아지거나 낮아진다. 지난 연말에는 미국의 정책이 좋아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그러나 올 초에는 엔고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달러 가치가 높아진 이유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대대적인 경기 대책을 편 까닭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회복이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달러 가치가 내려가고 엔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올해 엔화 가치는.

-엔화 가치가 1달러당 70엔대가 될 확률이 높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995년 4월 19일의 79.75엔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위안화 절상은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보나.

-중국의 경우는 환율 컨트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역시 중국 위안화에 대한 절상 압력은 거세질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어떤 정책을 시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시장에 맡기면 높아지겠지만 당국으로서는 천천히 진행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중국이 일본 채권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중국이 일본 채권을 사서 다시 팔았다는 정보도 있다. 외화 중에 약간의 엔을 산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중국이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의 외화를 매입하면서 ‘아시아 외화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없다. 일본의 경우 국채의 95%를 일본 국민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산 채권은 일본 국채 잔액의 1~2%에 불과하다.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삼성, LG, 현대차 등과 같은 기업이 다이내믹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의 내수 시장이 일본에 비해 작아 해외로 나가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 올해도 일본기업에 비해 역동적으로 활약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통화 개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통화 개입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이 개입하는 것과 한국이 개입하는것은 조금 다르다. 일본의 엔은 달러, 유로와 같이 세계적으로 동등한 통화이기 때문에 일본이 개입을 한다면 미국, 유럽에서 비판 받을 수 있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의 원화는 아직 로컬 통화인 탓에 국제적으로 비판 받을 만한 여지는 없다고 여겨진다.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국 정부의 통화 개입이 실제로 있다면 일시적인 효과는 낼 수 있지만 계속적인 효과는 낼 수 없다. 그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사카키바라 교수는 누구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 관료로 재직하던 1997~1999년 엔화 방어를 위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외환정책을 폈다. 1995년 달러당 80엔대의 엔고를 1998년 달러당 140엔대, 엔저로 이끌었다. 과감한 정책 추진 덕에 금융가와 언론으로부터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재도 경제계 및 집권당인 민주당에 영향력이 적지 않다. 대장성 후배인 간 나오토 총리는 총리관저로 그를 초청, 자문을 구할 정도다. 와세다대 종합연구기관 객원교수를 거쳐 아오야마학원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도경제연구소소장도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국제금융의 현장-시장자본주의의 위기를 초월해’, ‘강한 엔은 일본의 국익’ 등이 있다.
2011-01-01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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