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女선장 맞은 브라질號 순항하나

女선장 맞은 브라질號 순항하나

입력 2010-11-01 00:00
업데이트 2010-11-01 09:4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억3천580만 유권자들이 참여한 올해 브라질 대선은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라는 한 편의 드라마로 끝을 맺었다.

 지난 2002년 10월 대선에서 노동운동가 출신의 중도좌파 정치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에게 21세기 초입의 브라질을 맡긴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포스트 룰라’ 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로 지우마 호세프라는 여성을 선택한 것이다.

 룰라 대통령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브라질’을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하고 8년간 변화와 개혁을 이끌었다면,호세프는 룰라 정부가 추구해온 가치들을 보다 성숙한 단계로 진입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년 1월 1일 출범하는 호세프 정부는 정치.외교.경제.사회 등 분야에서 룰라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룰라 정부 인사들이 차기 정부의 주요 각료직에 포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력 발휘 여부 주목

룰라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대선에서 승리한 호세프가 남성 우월주의 전통이 강한 브라질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느 정도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호세프의 당선이 80% 안팎의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룰라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가능했다는 점에서 호세프가 ‘룰라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심지어 이번 대선이 룰라 대통령의 3선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호세프가 집권하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룰라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연속성을 강조하는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PT 내부의 역학관계도 작용하고 있다.룰라 대통령은 PT를 창당한 주인공으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노동계,종교계,좌파 및 중도좌파 정치세력 등 다양한 구성원들을 아우르는 정치력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1년 PT에 가입한 호세프에게는 룰라 대통령처럼 당내 세력을 통제할만한 힘이 부족하다.룰라 대통령이라는 존재가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이 때문에 룰라-호세프 관계가 러시아의 푸틴-베드베데프 관계와 같은 양상을 띨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룰라 지원 속 적극 외교 행보

브라질은 룰라 정부에서 외교적으로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이른바 ‘남남(南南) 외교’를 앞세워 중남미,아프리카,중동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인도,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를 형성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상에서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유엔 등 국제기구의 개혁을 요구하는가 하면,세계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경제 주체로 떠오른 G20(주요 20개국)에서도 갈수록 입지를 높이고 있다.

 호세프는 지난 8년간의 이 같은 성과 위에서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과정에서 퇴임 이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룰라 대통령이 호세프의 외교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룰라 대통령은 최근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정상외교 일정을 확정하면서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호세프와 동반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지명도가 거의 없는 호세프를 한국 등 주요국 정상들에게 한꺼번에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호세프로서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정상외교 데뷔 무대가 되는 셈이다.

 한편 호세프가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및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중남미 좌파 정상들과 긴밀한 관계를 지속할 뜻을 밝히고 있는 점을 볼 때 미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지속성장 정책 유지

브라질 경제는 지난 2003~2008년 연평균 5%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지난해는 세계경제위기 여파로 -0.2% 성장률을 나타냈으나 올해는 7%대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과거 ‘롤러코스터’,‘날지 못하는 닭의 날갯짓’에 비유되며 부침을 거듭하던 브라질 경제는 룰라 정부에서 성장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호세프는 이를 견고한 성장궤도로 진입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현재의 브라질 경제 상황은 호세프가 지속성장 정책을 추진하기에 유리한 편이다.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중도좌파인 룰라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헤알화 환율이 달러당 4헤알 가까운 수준까지 치솟고 국가위험도가 2,000포인트를 웃도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세계적인 투기자본가 조지 소로스가 국가부도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올해 중순을 기점으로 세계 7대 외환보유국으로 부상했으며,중앙은행의 달러화 매입 확대로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800억달러를 넘었다.현재 추세라면 올해 연말 3천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브라질 정부는 공개적으로 “더 이상 외환위기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대서양 연안 심해유전 개발과 바이오에너지 생산,곡물 수확량 급증,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와 2016년 라우 데 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최는 브라질 경제에 성장동력이 돼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브라질 경제에 항상 무거운 짐이 돼왔던 인플레율 상승과 실업 문제도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올해 공식 인플레율은 5%대에 머물고,신규고용은 250만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 개혁과제 산적

호세프 정부가 안을 과제도 만만치 않다.그동안의 여론조사는 호세프의 대선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룰라 정부에서 잠복해 있던 문제들이 분출해 차기 정부 초기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호세프는 오는 2014년까지 최저임금 510헤알(약 300달러) 이하 극빈곤층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브라질의 또다른 사회적 골칫거리인 마약퇴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정당구조와 선거제도 변화를 포함한 정치개혁과 조세제도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2011~2014년 사이 서민주택 200만호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호세프가 직면할 과제 가운데 시급한 것으로는 소득분배,교육,치안,환경 등이 꼽힌다.

 브라질 경제가 현재 세계 8위 규모라고는 하나 1인당 소득 수준은 세계은행 기준 72위에 머물고 있다.아르헨티나(50위),멕시코(53위),터키(57위),베네수엘라(66위),이란(68위) 등에도 뒤진다.

 1960년대 40%에 달했던 문맹자 비율은 10% 이하로 낮아졌으나 전반적인 교육 수준은 국가의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5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수준 평가에서 브라질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치안 문제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을 치르거나 준비해야 할 호세프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의 허파’ 아마존 삼림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관리 제의를 거부하고 배타적 주권을 내세우는 브라질 정부로서는 이에 걸맞은 환경보호 노력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입장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