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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방’서 노예처럼 부려진 조선인들

‘문어방’서 노예처럼 부려진 조선인들

입력 2010-11-01 00:00
업데이트 2010-11-0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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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일본 홋카이도(北海島)의 에오로시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노예 취급을 받으며 죄수들을 벌주던 ‘다코베야(문어방)’에 사실상 감금된 채 일할 때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1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일제의 국책사업으로 계획돼 1939년 착공한 에오로시 발전소는 1945년 8월 공사를 마칠 때까지 1940년께부터 매년 100∼200명의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현장에 투입했다.

 노무자 관리는 ㈜일본발송전(현 북해도전력)에서 하청을 받은 아라이구미,아이자와구미의 조직 6∼7개가 맡았는데 이들은 공사 현장에 인신구금형 숙소인 ‘다코베야’를 만들어 놓고 조선인을 관리했다.

 개척공사를 하면서 토목공사장에 죄수를 투입했던 홋카이도에서는 1894년 죄수노동이 폐지된 이후에도 전차금(前借金)을 받고 몸을 팔았거나 죄를 짓고 도주한 일본인을 민간청부업자가 불법 인신매매로 감금해 일을 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인권 문제로 당시에도 사라지는 추세였지만 조선인 노무자들에게는 그대로 유지됐다.

 다코베야는 방 한 칸에 화장실,목욕탕,식당 등을 함께 지은 허술한 목조 건물이다.하도급업체들은 이곳에 가둔 조선인을 ‘다코’(문어)라고 부르며 군대식 단체 생활을 강요했다.

 다코베야의 어원에는 ‘문어를 잡는 데 사용하는 항아리처럼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 ‘빠져나올 길 없는 문어가 제 손발을 먹어서 살아남듯 자신의 몸을 팔며 살아야 한다’는 등 여러 설이 있다.

 생존자들은 다코베야를 ‘뼈가 없어질 정도로 사람을 두드려패서 일을 시킨다는 의미’ ‘문어가 제 다리를 뜯어먹고 서로 잡아먹듯 조선인들이 서로 밀고하고 뜯어먹는다는 의미’ 등으로 진술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조선인들이 숙소에 들어가면 문에 잠금장치를 채우고 감시자를 세워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했다.식사는 식당에서 선 채로 먹었고 통 하나에 밥을 주면 여럿이 퍼먹었다.100명 이상이 한방에서 지내 전염병이 돌기도 했다.

 작업을 마치고 다코베야로 돌아올 때 가끔 탈주하는 조선인이 있었지만 주변 환경에 익숙지 않아 곧 붙잡혀왔고,이들은 끔찍한 체벌과 고문을 당했다.

 업체들은 달아난 노무자를 붙잡으려고 마을에 경종을 울리거나 큰 개를 풀기도 했고,본보기로 삼겠다며 탈주자를 동료 앞에서 구타했다.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을 강요하는 공사 현장에서 조선인들은 아무 훈련도 받지 못하고 터널굴착공사,수도 건설,방수로 건설 등 위험한 공사 현장에 동원됐다.

 발전소를 지으려면 산속에 12㎞ 길이의 터널을 뚫어야 했는데 조선인 노무자들은 작업을 쉽게 하려고 터널 중간마다 수직으로 갱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발전 용수를 확보하려고 땅속에 ‘도수(道水) 터널’을 뚫는 공사도 했는데 바닥이 보이지 않는 하천에서 계속 흙을 퍼내는 작업은 온몸이 물에 젖어 겨울에 특히 고통이었다.

 생존자들에게서는 “일본인이 따라다니면서 나무몽둥이로 때렸다” “공습이 있으면 일을 안 하고 숨어 있을 수 있어서 좋아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조선인 노무자의 땀과 피가 스며들어 있는 강제동원 현장 에오로시 발전소는 2005년 9월 철거돼 관수로 흔적만 남았고 상류에 에오로시 발전소가 다시 건설됐다.

 하승현 전문위원은 “여러 하청업자가 작업장을 관리해 피해 조사 과정에서 희생자를 찾는 일이 상당히 어려웠다”며 “생존자 진술을 보면 분명히 사망자는 존재하지만 그들의 사후 처리,유골 봉환 여부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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