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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차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이란

재정차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이란

입력 2010-01-07 00:00
업데이트 2010-01-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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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8일 개최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때부터 행사하겠다고 밝힌 열석(列席) 발언권의 사전적 의미는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열석발언권의 근거조항은 ‘기획재정부 차관 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통위 회의에 열석해 발언할 수 있다’고 규정된 한국은행법 91조다.한은의 동의가 없더라도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으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재정부 차관은 열석발언권만 부여돼 있기 때문에 발언권은 물론 의안제안권, 심의·의결권까지 갖고 있는 금통위원에 비해 권한은 한정돼 있다.

 하지만 한은법에 열석과 출석이라는 표현이 구분돼 있다는 점에서 재정부 차관의 열석은 금통위원에 준하는 지위에서의 참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재정부측 시각이다.

 한은법에 비금통위원 중 한은 부총재와 관계전문가는 출석이라고 표현하고 재정부 차관에 대해 열석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재정부 차관의 발언이 금통위원의 발언만큼이나 비중을 갖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방침을 놓고 ‘관치 부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은 이 조항이 한은의 독립성 보장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숱한 마찰과 논란 끝에 1998년 4월 한은법 개정안이 시행될 당시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을 통합한 민간 금융감독기구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한은은 은행감독원을 떼어내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다.

 반면 한은은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 차원에서 금통위 의장을 한은 총재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고, 결국 한은의 뜻이 개정안에 관철됐다.

 그 이전만 해도 금통위 의장은 현재 기획재정부 장관격인 재정경제원 장관이 맡고 있었다. 물론 재경원은 금통위 의장직을 한은 총재에게 넘겨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대신 금통위 의장직을 내려놓게 된 재경원으로선 금통위 의결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상충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장관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또 그 이전까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던 차관의 열석발언 조항도 한은에 대한 의견개진과 견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

 차관의 열석발언권은 1962년 한은법 1차 개정 때 삽입된 조항이지만 98년 개정법안이 시행될 때까지는 재경원 장관이 금통위 의장을 겸직했기 때문에 특별한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98년 한은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열석발언권의 행사는 극히 자제해왔다.98년 법 시행 이후 11년이 지났음에도 실제 행사된 사례는 4차례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역대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 사례는 98년 4월9일, 99년 1월7일과 1월 28일 정덕구 전 차관, 99년 6월3일 엄낙용 전 차관 등 4차례에 불과하다.참석 이유도 취임을 겸한 상견례 성격이 강하거나 부처간 조직개편 의견개진 등이어서 통화금융정책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리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한은 간 시각차가 노출되고 일부 마찰까지 빚어지면서 열석발언권 행사 여부가 또다시 논란이 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경기진작 차원에서 내심 금리인하를 원했지만 한은이 이에 부응하지 못해 갈등 기류가 조성되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 국면을 맞던 작년 하반기에는 정부는 회복 추세의 공고화를 위해 금리 인상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한은은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상반된 태도를 취했다.

 이에 따라 2008년 6월 최중경 당시 재정부 1차관이 금통위에 출석해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려다 해프닝으로 끝난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예전부터 금통위 회의에서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지만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빚어질까봐 자제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참석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열흘 전에 이 사실을 한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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