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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우라늄 농축 ‘판도라의 상자’되나

北 우라늄 농축 ‘판도라의 상자’되나

입력 2010-01-06 00:00
업데이트 2010-01-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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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시점 놓고 북한-한.미 ‘진실게임’ 양상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비밀개발 의혹이 북핵협상의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94년 제네바 합의 직후,최소한 1996년부터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개발 착수시점을 공개 언급한 것이 촉발점이 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HEU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핵개발 역사를 감안할 때 농축 우라늄이란 그 지향점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HEU에 닿아있다는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특히 최근 “북한이 이미 2002년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었다”는 파키스탄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진술을 공개한 미 워싱턴 포스트의 최근 보도와 맞물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실체와 북한의 전반적 핵무장화 능력에 대한 근원적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형국이다.

 외교가가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주목하는 것은 일반 플루토늄 프로그램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시설규모가 작고 어디에서나 분산·은닉이 가능해 외부의 감시가 불가능하며 이동과 확산도 용이한 특징을 띠고 있다는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이에 따라 플루토늄탄을 제조하는 영변 핵시설이 완전 폐기되더라도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이 남아있다면 북핵 협상 자체가 ‘도로 아미타불’이 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HEU 의혹’은 그간의 북핵협상에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미국은 핵심정보를 바탕으로 비밀개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북한의 일관된 부인 속에서 핵 신고와 검증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제임스 켈리 대북특사가 2002년 10월 방북시 ‘HEU 의혹’을 제기한 이후 HEU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왔다.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미국 정보당국의 HEU 정보 판단이 의도적으로 과장됐다는 의혹이 대두되며 한때 ‘진실게임’ 양상마저 연출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북한은 작년 6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1874호에 반발하며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를 선언했고,이후 9월에는 우라늄 농축 실험 성공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HEU를 포함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앞으로 재개될 6자회담에서 움직일 수 없는 중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그 내용물을 파악하기 힘든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는 점이다.북한이 극도의 비밀을 유지한 가운데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을 개연성이 높고 은닉이 용이한 우라늄 제조공정의 특성상 추적·검증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언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작했느냐는 북한의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그러나 개발 착수시점을 둘러싸고는 북한과 한.미간에 진실게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북한이 주장하는 시기는 작년이다.북한은 작년 6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를 선언했고 그로부터 석달 뒤인 9월4일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결속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미 정부당국이 공유하는 정보로는 북한의 HEU를 겨냥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착수시기는 1994∼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개발시점을 둘러싼 북한과 한.미당국간의 격차가 최소 15년 이상 생기는 셈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전후로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위성을 통해 감시활동을 벌여왔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잡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HEU 프로그램이 수면 위로 오른 것은 1999년 3월 파키스탄과 북한의 HEU 관련 비밀거래 의혹을 제기한 미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가 계기였다.이를 기점으로 북한의 HEU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설로 등장했다.

 특히 파키스탄 정부가 2004년 2월 파키스탄의 핵 대부인 칸 박사가 원심분리 제조기술과 완제품 샘플을 북한에 팔아넘겼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함으로써 1990년대 후반 개발착수설은 상당한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주목할 점은 우리 정부의 외교수장인 유명환 장관이 “최소한 1996년부터”라고 시점을 적시한 대목이다.구체적으로 어떤 정보에 터잡은 언급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한.미간에 공유되고 있는 새로운 정보가 바탕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 장관이 언급한 1996년은 연변 핵시설 동결 이후 북한과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간에 경수로 공급협정 협상이 진행되던 시기로,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이완된 감시망 속에서 새로운 핵 프로그램 개발의 유혹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어느 정도의 원심분리기를 확보하고 있는 지도 북한의 핵무기화 수준을 파악해보는 중요한 포인트다.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칸 박사는 “이미 2002년 북한은 3천대 또는 그이상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소규모 우라늄을 농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심분리기 3천대 이상을 보유했다는 것은 연간 3개 이상의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기존 플루토늄 생산량을 근거로 한 핵무기 보유량(6∼8개) 추정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HEU 프로그램 폐기 문제가 여부가 북한의 궁극적 핵포기 의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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