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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노조법 승자도 패자도 없다

개정 노조법 승자도 패자도 없다

입력 2010-01-01 00:00
업데이트 2010-01-0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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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노사당정의 극한 대치 속에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부의 노사정 3자 합의안을 기초로 노동계 요구를 부분적으로 가미해 만든 현실적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동계 입장이 상당 부분 수용돼 노사정 합의 정신이 퇴색한 ‘누더기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재계와 경영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보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노사 어느 한 쪽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항이 없는, 절묘한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노사정 합의안보다 복수노조 허용 시행 시기가 내년 7월로 1년 앞당겨졌다는 점을 두고서 해석이 분분하다.

복수노조 출현에 따른 경영 차질을 우려하며 최대한 늦게 허용되기를 내심 바라던 재계와 중소 사업장 지부가 많은 한국노총으로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1년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은 즉각 시행보다는 차선책이다.

민주노총도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 실현을 위해 모든 노조가 사용자와 별도로 교섭해야 한다고 복수노조 즉각 전면 허용을 주장해온 터라 복수노조 허용 시기가 1년6개월 늦춰져 불만일 수 있지만 노사정안보다 1년 단축된 점은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역분쟁 등을 피하려면 더는 국제표준인 복수노조 도입을 미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유예 없는 시행을 강조해온 정부도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준비기간이 줄어든 점은 ‘명분’을 챙기는데 도움이 됐다고 판단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 말기이자 대선 및 총선이 예정된 2012년 7월에서 1년 당겨짐에 따라 시행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개정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은 여러 노조의 난립을 막으려고 교섭창구를 강제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재계의 입장이 수용된 반면, 소수 노조를 포함해 모든 노조에 교섭권을 줘야 한다는 노동계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금 시행 시기가 유예되지 않은 채 노사정 합의안대로 올해 7월부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이 시행되는 점은 전임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재계의 굵직한 소득으로 꼽힌다.

개정안에는 2011년부터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금지의 동시 적용을 제시했던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의 중재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범위가 다소 넓어진 점 역시 노동계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재계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것이다.

한나라당 개정안에 추가됐던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가 개정안에서도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 및 관리 업무’로 사실상 유지돼 유급 전임 활동의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 요구에 따라 한나라당 안에는 근로시간 면제를 초과하는 임금을 요구하거나 받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들어갔으나 개정안에서 삭제된 점 역시 노동계로서는 밑질 게 없다.

단체협약의 체결 당시 유효기간까지 효력을 인정하는 조항도 재계는 아쉬워하지만 노동계는 환영하고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위반하는 사용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재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타임오프 초과 요구를 내걸며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조항이 삽입된 것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가 의무화돼 노조 설립은 마음대로 하더라도 사용자와의 교섭권을 얻지 못한 채 공동대표 노조에 의존해야 하는 소수 노조가 나올 수밖에 없어 노동계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각 주체에 완벽한 승리도, 절대적인 패배도 안겨주지 않은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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