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설사하는 ‘인후결막염’ 전염성 높아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박시영(38)씨는 휴가를 맞아 오랜만에 바닷가를 찾았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7살짜리 딸에게 고열,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상한 음식이나 물을 마시고 세균에 감염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박씨는 병원에서 뜻밖에 ‘눈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어리둥절했다.박씨 딸에게 생긴 눈병의 정확한 명칭은 ‘인후결막열’. 접촉성 눈병의 하나로 이 병에 걸리면 갑자기 눈이 붉어지고 눈물이 많이 난다. 또 티끌이 들어간 것처럼 눈에 껄끄러운 느낌이 나고 갑자기 눈이 부신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귀와 턱 밑에 임파선이 부어 통증을 느끼기도 하며, 어린이는 고열이나 인후염 등 감기 증상이 동반돼 자칫 다른 병으로 오인하기 쉽다.
인후결막열은 일반적인 눈병의 원인이 되는 ‘아데노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생긴다. 약 1주일의 잠복기를 두고 발병하는데, 보통 2주일이면 몸에 항체가 생겨 자연 치유된다. 한쪽 눈에 생겼다가 반대쪽 눈으로 옮기도 한다. 발병 초기에는 눈이 충혈되고 눈물과 눈곱이 많아지며 통증을 호소한다. 전염력이 높아 가족 중 한 사람만 걸리면 모든 사람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 공공장소를 피하고, 가족 중 한 사람이 걸리면 전염을 막기 위해 수건과 세면도구를 따로 사용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환자는 자주 손을 씻고 가족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씨어앤파트너안과 김봉현 원장은 “물놀이를 간 뒤에 감기 증상과 눈의 충혈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안과를 찾아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면서 “전염성이 높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급성출혈성 결막염과 단순포진성 결막염도 휴가철 걸리기 쉬운 눈병이다.
급성출혈성 결막염은 일명 ‘아폴로 눈병’이라고 불리는데 그 증상이 인후결막열과 유사하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눈꺼풀이 붓는다. 잠복기간은 2∼24시간으로 인후결막열에 비해 짧다. 이 병에 걸리면 즉시 병원을 찾아 항생제와 증상 완화를 위한 소염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가족에게 옮길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는 단순포진성 결약염을 주의해야 한다. 사춘기 이전 남자 아이에게 발병하기 쉽고 5∼10년간 계속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눈에 자극감이 있고 눈부심과 눈물 흘림 증상이 동반된다. 증상이 각막 중심에 나타나면 시력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다만 초기에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바르면 손쉽게 치료할 수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08-08-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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