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horror 볼까

썰렁한 horror 볼까

입력 2004-04-23 00:00
수정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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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도플갱어’와 잇따른 회고전 등으로 국내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일본의 대표감독 구로사와 기요시.23일 그의 최근작 2편이 동시에 개봉한다.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쌓고 허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구로사와 감독의 작풍(作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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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구로사와 기요시


강령(降靈)

“그는 뭐든지 만들었다.그런 말로 영화사에 기억됐으면 좋겠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공포영화 ‘강령’은 그런 그의 고집을 그대로 뒷받침해준다.영화는 세계적 스타감독의 수작으로 호평받기보다는 적당히 오락성을 갖춘 평범한 공포영화로 기억됨직하다.고정된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다양한 주제와 형식에 도전한다는 점이 구로사와 감독의 매력인 듯하다.

음향효과 일을 하는 사토(야쿠쇼 고지)의 아내 준코(후부키 준)에게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는 신통력이 있다.사토는 그런 아내를 불편해 하기는커녕 친구처럼 자상하게 배려해준다.평화가 깨지기 시작한 건 사토가 숲으로 소리 채집을 다녀온 뒤부터.숲에서 유괴범에게 쫓기던 여자아이가 작업상자로 뛰어들고,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사토는 엉뚱하게 유괴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 준코의 눈에만 보이는 귀신들,혼령이 나타나기 직전 바람이 일고 사물이 흔들리는 음산한 전조 등 다분히 동양적인 공포코드로 채워졌다.낭자한 피,날카로운 비명 등 시청각적인 자극에 기대는 할리우드식 공포를 싱겁게 여기는 관객들에겐 만족스러운 긴장을 안길 듯하다.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데도 부부가 여자아이의 존재를 끝까지 숨기다 아이를 죽이고 마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고지의 안정감있는 연기 덕분에 그나마 그런 억지설정들의 결함이 많이 가려졌다.

밝은 미래

‘밝은 미래’는 감독 자신이 20대에 맞닥뜨린 꿈과 좌절을 담담한 화면으로 반추한 자전적인 영화다.

세탁공장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니무라(오다기리 조)는 꿈속의 미래는 항상 밝아보인다는 이유로 잠자기를 좋아하는 스물네살의 청년이다.함께 일하는 세살 위의 마모루(아사노 다다노부)와 친해지면서 그의 집에서 키우는 해파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

두 청년의 나른한 일상에 초점이 맞춰진 굴곡없는 드라마가 지루할 관객도 있겠다.번번이 제멋대로인 사장이 마모루를 해고한 즈음부터 영화는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사장의 일가족을 살해한 마모루가 감옥에 수감된 지 얼마뒤 자살하자 홀로 남겨진 니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상실감과 단절감에 방황하는 청춘의 자화상을 차분한 어조로 그려냈다.음악을 들으며 세상의 소리에 귀를 막고 볼링장,오락실을 들락거리는 무료한 청춘에 조금씩 동정심이 싹틀 즈음 영화는 한줄기 희망의 빛을 화면 위에 흩뿌린다.도심 강물에 떠내려가는 분홍빛 해파리떼,그들을 쫓아가는 니무라가 빚어내는 몽환적 분위기는 “다 괜찮다.”며 청춘의 상처를 쓸어주는 듯하다.

아사노 다다노부는 ‘피크닉’‘고하토’‘자토이치’ 등 일본 대표감독들의 작품에 단골로 출연해온 인기배우.

황수정기자 sjh@˝
2004-04-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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