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과 건강 때문에 두딸을 입양보냈던 서안식(69)씨는 가슴속에 묻고 살았던 막내 딸 조민선(47)씨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서씨가 두 딸을 떠나보내야 했던 때는 1973년.
작은딸 미선(47)씨를 힘겹게 출산한 서씨는 전북 전주시의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데다 산후 후유증으로 도저히 집에서 혼자 몸조리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5개월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두 딸은 이미 위탁기관으로 보내진 뒤였다.
남편은 서씨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첫째 딸 화선(당시 2세)씨와 미선씨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맡겨버렸다. ‘제대로 키울 수가 없을 것 같아서’가 변명이었다.
충격을 받은 서씨는 두 딸의 오빠인 아들만 데리고 그대로 집을 나와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
몇년 뒤 남편이 ‘재결합하자’고 찾아왔지만 서씨는 “화선이와 미선이를 데려오기 전에는 절대 합할 수 없다”고 내쳤다.
‘딸들을 꼭 찾아오겠다’던 남편이 소식도 없이 세상을 떠나버린 사실을 파악한 서씨는 2017년이 돼서야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경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해 딸들의 행방을 추적했다.
단서라고는 ’첫째 딸은 익산, 둘째 딸은 영아원으로 보냈다‘는 남편의 말이 전부였다.
경찰은 미선씨가 맡겨졌던 전주영아원 기록을 통해 미국 시애틀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기록상 미선씨는 2살이던 1975년에 입양됐으며 영어 이름은 맬린 리터(Maelyn Ritter)였다.
경찰은 페이스북을 통해 맬린 리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세계어서 2명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 동명인(Maelyn ritter)에게 메일을 보내 입양 여부를 확인, 미선씨를 찾아냈다. SNS를 통해 흩어졌던 가족을 찾아낸 순간이었다. 미선씨는 서씨와 유전자도 일치했다.
모녀는 지난 10일 서울의 해외입양연대 사무실에서 눈물로 재회했다. 미선씨는 미국에서 어엿하게 성장해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으로 변해있었다. 가정을 이룬 남편도 상봉 현장에 동반했다.
모녀는 12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둘째 딸을 품에 안은 소감과 첫째 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서씨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형편과 남편의 독단으로 두 딸과 헤어졌지만 경찰의 도움으로 44년 만에 미선이를 만나게 됐다”며 “처음 보자마자 헤어졌을 당시의 미선이 모습이 겹치면서 눈물만 났다”고 울먹였다.
서씨는 ”큰딸도 찾고 싶다. 엄마에게 빵 사달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이제는 양껏 사줄 수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많은 분이 도와주면 화선이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애타는 심정을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