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쏘는 스파이더맨 부채질 하면서 날아야?

거미줄 쏘는 스파이더맨 부채질 하면서 날아야?

입력 2005-04-21 00:00
수정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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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공상과학(SF) 영화에는 어떤 허점이 보일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정재승 교수가 1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래기술연구본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펼친 초청 강연을 통해 해답을 찾아본다.

영화를 보는 즐거움, 오류를 찾아라

‘고질라’(1998년 개봉)에서 고질라의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약국에서 구입한 임신진단키트를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과학적 오류로 꼽혔다. 정 교수는 “임신진단키트는 임신할 경우 신체 변화를 유발하는 호르몬 유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을 낳는 도마뱀에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제조회사에 이메일을 보낸 결과,‘우리도 궁금하니 고질라를 가지고 방문하시면 테스트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답신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파이더맨1·2’(2002·2004년 개봉)의 경우 실제 거미줄은 액체 상태로 배출된 뒤 차츰 굳어지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이 매달려도 끊어지지 않는 거미줄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 정 교수는 “스파이더맨의 무게를 견딜 수 있으려면 날아다니면서 부채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미가 스파이더맨처럼 빠른 속도로 이동할 경우 다리가 꼬이는 현상이 빚어지고, 수천종의 거미 가운데 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거미는 6종에 불과하다.

또 정 교수는 ‘쉬리’에서처럼 나이트 레이저와 야시경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은 자해 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연에 참석한 한 연구원은 “빛이 전혀 없어도 볼 수 있고, 빛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야시경을 연구중”이라면서 오류가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영화적 상상력이 과학 이끈다

‘어비스’(1989년 개봉)의 특수효과팀은 심해에 존재하는 투명한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을 응용, 사람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프로그램이 바로 ‘포토샵’이다.

우주로켓을 발사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카운트다운’은 지난 1929년 개봉한 영화 ‘달의 여행’에서 처음 선보였다. 정 교수는 “만일 이 영화에서 복권추첨 장면처럼 ‘준비하시고, 쏘세요.’ 했다면 카운트다운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사람 몸속을 여행하는 잠수함의 이야기를 담은 ‘이너스페이스’(1987년 개봉)는 개봉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지금은 이와 비슷한 의료용 장비가 개발되는 등 더이상 과학적 오류가 아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개봉한 ‘아이, 로봇’을 비롯, 최근 영화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인간형 로봇도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소한 장면들은 과학자들의 연구 주제 및 방향을 설정해 주는 효과를 발휘하곤 한다.”면서 “오는 2030년쯤이면 로봇이 인간의 모든 뇌 기능을 앞지를 것이라는 주장도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05-04-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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