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모든 소리가 음악”… 주인공 된 타악기들이 보여주는 울림의 매력

“일상 모든 소리가 음악”… 주인공 된 타악기들이 보여주는 울림의 매력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4-21 15:35
수정 2021-04-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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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24일 ‘실내악 시리즈: 타악 앙상블’
앙상블 주자들의 독주·앙상블 다채롭게 선보여
“모든 것이 악기, 누구나 연주” 타악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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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시립교향악단 타악 연주자들이 연습실에서 존 케이지의 ‘우리 안의 신조’를 연습하고 있다.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에드워드 최 타악기 수석과 함께 김문홍 단원이 틴 케이스와 공을, 스캇 버다인 부수석이 깡통과 드럼을 두드리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일 오후 서울시립교향악단 타악 연주자들이 연습실에서 존 케이지의 ‘우리 안의 신조’를 연습하고 있다.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에드워드 최 타악기 수석과 함께 김문홍 단원이 틴 케이스와 공을, 스캇 버다인 부수석이 깡통과 드럼을 두드리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오케스트라 맨 뒷줄을 지키던 타악기 연주자들이 무대 한가운데로 나온다. 팀파니나 마림바, 북 등 흔히 볼 수 있는 타악기뿐 아니라 깡통, 사이렌, 라디오, 딸랑이 등 모든 물체가 내는 소리가 어우러져 음악이 된다. 24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펼쳐지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타악 앙상블은 다양한 타악의 매력으로 초대한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향 연습실에서는 타악 수석 에드워드 최, 부수석 스콧 버다인과 단원 김문홍씨가 ‘우리 안의 신조’ 리허설에 몰두했다. 현대음악 거장 존 케이지가 거리의 소음마저 음악으로 꾸며낸 재치 있는 작품으로 이번 공연 오프닝곡이다. 최 수석이 현에 이물질을 넣어 둔탁한 소리를 내는 프리페어드 피아노 건반으로 선율을 잡고 버다인 부수석은 스틱으로 크기가 다른 깡통들을 열심히 두드렸다. 문홍씨는 스테인리스 볼을 뒤집은 듯한 틴케이스와 징처럼 원반형으로 생긴 공(gong)을 눕혀 놓고 박자를 맞췄다. 반복되는 두드림 사이에 라디오 소리와 교향곡이 함께 흐르며 마치 분주하게 길을 걸을 때 귀에 스친 소리들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들렸다.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케이지의 말이 타악기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 준다.” 버다인 부수석의 말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갖는 ‘타악 앙상블’ 공연에서 사용될 다양한 타악기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갖는 ‘타악 앙상블’ 공연에서 사용될 다양한 타악기들.
선율이 중심이 되는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 주자들은 그야말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얼핏 뒤에서 한참 기다렸다가 겨우 몇 번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음악 전체 구조를 꿰뚫어 본 뒤 딱 알맞게 찰나에 울림을 내는 일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타악기 주자들이 다른 포지션을 맡는다면 지휘를 가장 잘할 것”이라는 문홍씨의 설명은 그만큼 무대 뒤에서 모든 선율과 리듬을 책임지고 있는 타악기 주자들의 무게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아무것이나 악기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악기를 칠 수 있다”는 것도 연주자들이 꼽는 타악기의 매력이다. 문홍씨는 조지 벤저민 작품에서 신문지를 북북 찢었고, 버다인 부수석은 탄둔 무협영화 3부작 공연 때 물에 손바닥을 내리치거나 손에 적신 물방울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와인글라스를 던지고 프라이팬 뒷면이나 빨래판처럼 생긴 워시보드, 소 목에 거는 모양의 소 방울(카우벨) 등 그야말로 두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악기다.
20일 오후 서울시립교향악단 타악 연주자들이 연습실에서 존 케이지의 ‘우리 안의 신조’를 연습하고 있다.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에드워드 최 타악기 수석과 함께 김문홍 단원이 틴 케이스와 공을, 스캇 버다인 부수석이 깡통과 드럼을 두드리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시립교향악단 타악 연주자들이 연습실에서 존 케이지의 ‘우리 안의 신조’를 연습하고 있다.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에드워드 최 타악기 수석과 함께 김문홍 단원이 틴 케이스와 공을, 스캇 버다인 부수석이 깡통과 드럼을 두드리고 있다.
무궁무진한 타악기 덕에 연주자들은 무척 바쁘다. 최 수석은 언제나 ‘악기 찾아 삼만리’이고 모든 주자들이 함께 악기를 개발하고 다진다. 고전음악에선 타악기 주자가 30분 가까이 기다리기만 하거나 한 곡에 악기 한 종류만 사용하기도 했다면, 현대음악에선 한 명당 10~15개, 많게는 40개 악기를 한 곡에서 사용할 만큼 타악기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팀파니, 마림바, 스네어 드럼 독주를 비롯해 ‘손으로 하는 발레’로 불리는 맨손 테이블 연주, 8명의 주자들이 30여개 악기를 연주하는 등 두드림이 주는 소리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타악기로만 꾸려진 앙상블에서 음색을 표현하기 위해 장난감 피아노, 사이렌, 하모니카 등도 다양하게 쓰인다. 모든 악기가 각 작품의 흐름 속에서 그 순간 빠져선 안 되는 쓰임이 있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최 수석은 “타악기가 중심이 되고 있는 현대음악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문홍씨는 “일상적으로 듣는 현악기와 목관 앙상블이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준다면 우리는 다양한 장르와 여러 가지 색깔로 기분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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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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