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속 민초의 고통…연극 ‘퉁소소리’로 되살아난 조선 고소설 ‘최척전’

전란 속 민초의 고통…연극 ‘퉁소소리’로 되살아난 조선 고소설 ‘최척전’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4-10-29 10:27
수정 2024-10-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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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27일 세종 M씨어터 공연
‘조씨고아’ 고선웅 각색·연출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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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최척 역을 맡은 원로 배우 이호재(오른쪽) 등 출연 배우들의 연극 ‘퉁소소리’ 연습 장면. 서울시극단 제공.
노인 최척 역을 맡은 원로 배우 이호재(오른쪽) 등 출연 배우들의 연극 ‘퉁소소리’ 연습 장면. 서울시극단 제공.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등으로 지구촌에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란으로 고통받는 조선시대 민초의 삶을 그린 연극이 새달 무대에 오른다.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1567~1649)이 1621년에 지은 고소설 ‘최척전(傳)’을 원작으로 한 서울시극단 ‘퉁소소리’다. ‘최척전’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나라와 청나라 간 권력 교체기 전란 와중에 징집과 피란으로 이별과 재회를 되풀이하면서도 가족애와 희망을 끝까지 지켜내는 최척과 옥영 가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고 있다. 일가의 험난한 여정을 따라 중국, 일본, 베트남을 넘나드는 30년 간의 대하드라마가 펼쳐진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회란기’,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고전을 무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고선웅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최근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만난 고 연출은 “15년 전부터 가슴에 품고 있었던 작품”이라고 했다.

“소설 ‘삼국지’에 30만 대군, 50만 대군 출병 얘기 나오면 감동하는데 그 병사들은 다 누구의 아버지이고, 누구의 아들이잖아요. 전쟁을 결정하는 이들은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요. 백성만 고난을 겪을 뿐이죠. 지금도 똑같이 반복되는 역사에 정말 화가 치밀어요. 계속되는 폭력적인 전쟁 상황에서 이 작품이 민중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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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퉁소소리’ 연습 장면. 서울시극단 제공
연극 ‘퉁소소리’ 연습 장면. 서울시극단 제공


남원에 사는 최척과 옥영 부부는 전란에 휩쓸려 먼 이국을 따로 떠돌면서도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죽을힘을 다해 험난한 현실을 헤쳐 나간다. 평온했던 시절 달빛 아래서 최척이 불던 퉁소소리는 두 사람을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체이자 무한한 가족애의 상징이다. 원작과 달리 연극의 제목을 ‘퉁소소리’로 바꾼 이유다. 고 연출은 “최척과 옥영을 통해 가족애와 이웃에 대한 연민, 배려 같은 가치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은 노인 최척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극중극 형식으로 전개된다. 원로 배우 이호재가 노인 최척을 맡아 극의 중심추 역할을 한다. 이호재는 “지금을 사는 사람들만 사라질 뿐 역사는 돌고 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오디션으로 선발된 박영민이 젊은 최척으로 분해 이야기를 이끌고, 유망주인 정새별 배우가 섬세하면서 불굴의 의지를 지닌 옥영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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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묵직하지만 유머와 리듬감을 살리는 고 연출 특유의 무대 어법으로 극은 밝고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퉁소, 타악 등 전통 국악기로 구성된 5인조 악사가 라이브 연주를 펼칠 예정이다. 공연은 다음달 1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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