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생인 필자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은 “두류산 양단수를 녜 듯고 이졔 보니”로 시작되는 시조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고교 교과서에 실렸던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의 시조다. 선생은 늘그막에 지리산 천왕봉을 마주하는 덕산에 기거하셨다는데, 양단수는 그 앞을 흐르는 덕천강으로 알려져 있다.
남명에 대하여는 고교시절 독립운동가이셨던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터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곽재우, 정인홍, 김면과 같은 임진왜란 때 활동한 구국 의병장의 스승이었고, 대쪽 같은 선비의 표상이었다는 정도로 이해한 것이 고작이었다.
최근 남명에 대한 여러 연구를 집대성하여 남명 알리기에 나선 책이 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인 김영기의 ‘남명 조식의 학문과 사상과 실천’(도서출판 우락재)이 그것이다.
“필자에게 남명은 세상을 덮은 구름 위에 표연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천왕봉 같고, 태산 같다”는 표현에서 남명에 대한 저자의 숭모와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남명의 블랙홀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는 저자의 실토가 남명의 위기지학(爲己之學)과 닮았다. 이 책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책장을 넘기는 매 순간 고요함과 긴장감이 교차할 정도다.
책에는 남명의 성장기에서부터 학문과 사상, 실천정신이 알기 쉽게 쓰여 있다. 저자는 남명 사상을 경의(敬義)로 요약하고 있다. 대체로 경은 맑게 깨어있는 상태에서 정신을 집중하여 공부와 수양을 함을 말하고(내적 측면), 의는 밖으로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경을 실천하는 기준이 되는 것(외적 측면)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책은 물질만능주의와 결합한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경계를 준다. 죽어서도 평범한 ‘처사’(處士)라고 불리길 원했던 한 위대한 선각자의 체취를 느끼면서 함께 호흡해 볼 것을 권한다. 혼돈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고 나아가야 하는지를 안내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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