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한양도성의 성공과 실패를 생각한다

광복절에 한양도성의 성공과 실패를 생각한다

입력 2018-08-14 16:02
수정 2018-08-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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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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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은 오늘도 변함없이 거대도시 서울을 품고 있다.” 서울 한양도성에 대한 어떤 책에 실려 있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서울 한양도성이 중요한 문화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늘날 한양도성은 “변함없이 거대도시 서울을 품고 있”지 않다. 1천만의 인구가 거주하는 서울시와 서울시 주변의 “서울세력권”을 포함하는 대서울 속에서 한양도성은 극히 좁은 구역만을 담고 있다. 이런 류의 주장은 한양도성 밖으로 거대하게 성장한 현대 서울과 대한민국을 조선시대의 눈으로 “퉁 치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다.

한양도성의 가치를 과도하게 강조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한 나의 위화감은 군사학적인 관점에서도 비롯된다. 성을 쌓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방어다. 사람들은 유사시에 한양도성이 군사적인 목적을 발휘되기를 기대했으며, 그러한 기대에도 한양도성은 번번히 본래의 방어 기능을 달성하지 못했다.

내가 5년 전에 교감 번역본을 출간한 바 있는 “징비록”에서 류성룡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듯이, 일본군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한양도성을 군사적인 방어선으로 이용하려 한 그의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남아 있는 한양 사람을 총동원해도 다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한양도성이 넓었기 때문이다. “성안의 백성들과 공노비, 사노비, 서리, 내의원·전의감·혜민서 관리들을 뽑아 성벽을 나누어 지키게 했지만, 지켜야 할 성첩은 3만 여 개인데 성을 지킬 인구는 겨우 7000명이었을 뿐 아니라 모두 오합지졸이어서 성벽을 넘어 달아날 생각만 했다.”

한양도성이 “현존하는 전세계의 도성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임진왜란 때에도 방어에 적합한 견고한 산성 대신 평지의 널찍한 읍성을 지키려다가 일본군에 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한양도성이 방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양이라는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존재도 것은 사실이다. 조선왕조실록 중 태조실록에 보이는 “성곽은 안팎을 엄하게 하고 나라를 굳게 지키려는 것이다”라는 구절은, 한양도성의 목적이 행정구역 표시와 방어의 두 가지임을 선언한다.

이 말에 의거해서 생각한다면, 한양도성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피지배자들에게 지배집단의 권능을 보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성이 방어를 위해 존재한다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한양도성은 임진왜란이라는 국제전쟁 뿐 아니라, 이괄 및 능양군(인조)의 봉기 때에도 뚫렸다.

마찬가지로 성을 쌓느라 사람들을 고생시켰지만, 1868년의 메이지 유신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쿠가와 정권을 지키지 못한 일본 도쿄의 에도성 역시 나는 높이 평가할 수 없다. 한양도성이나 에도성의 이러한 실패와는 대조적으로,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이라는 국제전쟁에서 조선 지배층을 군사적으로 지켜냈다.

이처럼 국내외의 여러 성곽과 비교할 때 조선시대의 한양도성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러한 한양도성을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성장한 현대 한국의 수도인 서울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선왕조와는 질적으로 달라진 대한민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19세기 조선왕조 시대의 관점으로 한국과 세계를 바라보려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다. 급변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세상이 돌아가기를 바라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이 조선왕조를 망하게 했다. 8월 15일 광복절을 하루 앞둔 아침에 한양성곽을 바라보며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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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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