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리석다’ 두 오페라의 공언

‘인간은 어리석다’ 두 오페라의 공언

입력 2010-10-04 00:00
수정 201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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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18~19세기 유럽. 일상의 무게 중심이 신(神)에서 인간으로 내려오면서 사람들은 종교를 부정하고 혁명을 희구했다. 역사가들은 이 시기를 ‘근대’라고 불렀다. 예술도 변화를 겪었다.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성스러운 도구였던 ‘음악’은 인간의 통속적인 로맨스까지 소재로 삼기 시작했다. 베르디나 푸치니의 오페라도 이런 흐름의 부산물이었다.

하지만 어떤 오페라는 신을 추억하고 혁명을 반박했다. 신이 아닌 인간이 만드는 세계가 절대 진리가 될 수 없다는, 일종의 반성 의미였다. 근대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판했던 두 편의 오페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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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를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 ‘메피스토펠레’. 국내 초연이다.
인간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를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 ‘메피스토펠레’. 국내 초연이다.
●메피스토펠레 - 어리석은 개인

악마 메피스토펠레. 그는 신에게 인간을 유혹해 보겠다고 내기를 제안한다. 때마침 지식의 무력함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파우스트에게 접근하는 메피스토펠레. 그는 파우스트에게 젊음을 되돌려주며 쾌락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쾌락이 근본적인 갈증을 해결할 수 없다고 깨닫는다. 그는 신의 세계 속에서 행복의 참의미를 깨닫고 천사와 함께 천국으로 떠난다….

무신론(無神論)까지 대두됐던 유럽의 근대. 하지만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했던 이 오페라는 이런 식의 근대성을 부인한다.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행복은 무의미하며 진정한 행복은 보다 형이상학적인, 종교적 깨달음에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아리고 보이토(1842~1918)의 작품인 ‘메피스토펠레’의 메시지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오페라를 오는 20일과 22~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100여명의 합창단이 등장하는 등 웅장한 규모 때문에 한국에선 빛을 보지 못하다 이번에 한국 초연이 성사됐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행복이 진정한 것인지,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에게 금욕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연출은 다비데 리베르모레, 지휘는 오타비오 마리노, 연주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합창은 나라 오페라 합창단과 의정부 시립합창단이 각각 맡았다. 1만~15만원. (02)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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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실존 시인이었던 안드레아 셰니에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안드레아 셰니에’. 군중의 폭력성을 풍자한다.
프랑스 실존 시인이었던 안드레아 셰니에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안드레아 셰니에’. 군중의 폭력성을 풍자한다.
●안드레아 셰니에 - 어리석은 군중

프랑스 시인 안드레아 셰니에. 그는 혁명을 꿈꿨지만 프랑스 혁명의 과격성을 비판했다. 백작가(家) 하인 출신이었지만 혁명 뒤 실권을 잡은 제라르와 삼각관계까지 얽혀버린다. 결국 그는 반혁명죄로 고발되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탈리아 작곡가 움베르토 조르다노(1867~1948)는 실존 인물이었던 셰니에의 삶에 영감을 얻고 ‘안드레아 셰니에’를 만들었다. 오페라는 혁명이라는 대의 명분 아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당시 군중의 폭력성을 지적한다. 혁명은 결국 나폴레옹의 독재로 귀결되고 만다. 말 그대로 미완의 혁명인 셈이다. 군중의 어리석음에 대한 회의다.

이런 면에서 안드레아 셰니에는 보수주의의 선구자로 꼽히는 영국의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의 사상과 닮아 있다. 버크는 프랑스 혁명의 당위를 인정하면서도,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혁명에 회의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14일부터 나흘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이 오페라를 올린다. 예술총감독은 박세원 서울시오페라단장이 맡았다. 지휘는 로렌초 프라티니, 연출은 정갑균이다. 2만~12만원. (02)399-17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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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10-0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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