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와 산다’ 출간
‘빙의’를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이라고? 올해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는 할머니와 산다’(현문미디어 펴냄)’는 소재부터 독특하다. 바로 죽은 할머니의 혼이 들린 16살 소녀 ‘은재’의 이야기.왜 이런 소재를 골랐을까. 책을 출간하고 29일 서울 태평로 파이낸스센터에서 만난 소설가 최민경(35)은 “청소년기에 가끔 느끼는 ‘내 자신이 내가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을 빙의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은 할머니의 혼을 천도하는 굿을 구경한 이후 말투와 식성까지 할머니를 닮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를 말과 행동을 가끔씩 한다.
작가는 “청소년기에는 좋은 친구나 스승을 만나는 것만큼 큰 행운은 없다.”면서 “할머니가 그런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품을 쓰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주인공 은재는 자기 안에 있는 할머니와 티격태격 하면서도 한편은 할머니를 멘토로 삼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또 스스로의 정체감도 세워간다.
청소년기의 고민을 다룬 작품이지만 작가는 “청소년들을 계몽하거나 선도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보다는 “독자들이 잊고 있던 마음을 일깨워 주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은 비록 어른이라 해도 누구든 청소년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란다.
특히 작가는 누구나 청소년기에는 한두 가지 상처쯤은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했다.
“누구든 혼자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이들과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 보면 모두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청소년기는 그런 시기니까요.”
작품에는 가장의 실직, 재개발, 학교폭력 등 우리 사회 현실적 문제들도 녹아 있다.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룰 생각은 없다.”라고 작가는 선을 그었지만,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는 다양한 견해,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힘이 부족하다.”면서 “다른 생각을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를 자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청소년 문학으로 시작했기에 오히려 “한정되기보다는 더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다음에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쓸 계획. “만담, 입담처럼 작가의 입으로 줄줄 서사를 풀어가는 작품”이라고 귀띔한다.
‘나는 할머니와 산다’는 올해 안에 일본에서도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09-07-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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