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반정은 정조의 사상탄압 정책인 듯”

“문체반정은 정조의 사상탄압 정책인 듯”

입력 2009-05-19 00:00
수정 2009-05-1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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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어찰 297통 도록·보급판 발간

지난 2월 일부가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킨 정조의 비밀어찰 297통 전부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어찰의 실물 자료 사진과 탈초(정자체로 쓰기), 번역문, 해제를 덧붙인 ‘정조 어찰첩’ 도록(2권)과 실물 사진을 뺀 보급판 단행본을 18일 공개했다.

정조의 비밀어찰은 정조가 1796년부터 1800년까지 노론 벽파 핵심 인물인 심환지에게 보낸 것으로, 정조 말년 정국 동향의 비밀스러운 전개과정과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희귀 자료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월 언론 공개 당시엔 299건으로 알려졌으나 날짜별로 다시 정리한 결과 2건이 줄어 297건으로 확인됐다.

정조어찰첩은 여론정치와 막후정치에 능한 정조의 제왕적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찰첩 공개를 주도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노론과 남인, 시파와 벽파 등 각 정파의 핵심 인물과 사적으로 정보망을 구축해 자신과 반대편에 있었던 세력을 견제하는 데 활용했다.”면서 “마치 청나라의 강희제가 지방 권력을 견제하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방관과 비밀 문서를 주고받았던 주접(奏摺)제도와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정조가 시행한 문체반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제기됐다. 문체반정은 순정치 못한 소설체와 소품문을 순정한 고문의 문체로 바꾸도록 강제한 것으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대표적인 문체반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정조는 하지만 어찰에서 구어체와 속담, 욕설에 가까운 비어 등 문체반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진재교 성균관대 교수는 이에 대해 “노론 벽파를 견제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없지 않으나 그보다 사대부들의 자기검열을 통해 사상을 탄압하려는 매우 정치적인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정조의 사망 원인은 정조어찰첩을 근거로 볼때 기질과 지병에 따른 병사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어찰 입수 경위에 대해 안 교수는 “30년 전 심환지의 후손이 채무 청산 조건으로 어찰을 한 소장자에게 넘겼고, 소장자 사망 뒤 지금은 자제들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며 “여러 기관에서 어찰 매입을 희망하고 있으나 소장자측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9-05-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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