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 국립현대 미술관장
지난 2월 취임 이후 배 관장은 현대미술관 운영의 체질개선을 위해 잰걸음을 해왔다. 전시관은 물론 카페 편의시설, 미술관 진입로까지도 하나하나 개선사항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껏 미술관 조직은 관료적인 성격이 강해 아이디어가 부족했다.”고 일침을 가하면서 “전 직원이 창의력을 활발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우전자 사장 시절 ‘탱크주의’ 광고로 명성을 떨친 기업 CEO 출신 다운 발상이다.
배 관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술관의 세계화’다. 그는 “국내 화가나 건축가 등 작가들은 물론 평론가나 큐레이터들도 모두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사람들이 다수지만 유독 미술관 운영만은 아직 세계적 흐름을 따라 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위해 현대미술관은 올해 세 가지 핵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선은 국립미술관으로서의 위상강화와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작품 수집에 나설 계획. 배 관장은 “수집 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작품 선정 절차 및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예산 확보에도 힘을 쏟아 올해 미술관에 총 235억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됐고, 서울관 수립을 위한 추경예산도 편성될 예정이다.
큐레이터 계발에도 무게를 둘 방침이다.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대형 기획전시를 위주로 하고, ‘책임 큐레이터제’, ‘전시기획실명제’, ‘객원 큐레이터제’ 등 전시 평가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큐레이터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공간에서도 우리 미술품을 많이 소개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문화 저변확대를 위한 수요자 중심의 미술 교육도 강화한다. 배 관장은 “동호인이나 어린이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과 전문인들까지도 재교육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난 1월 가시화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 국제적 수준의 미술관으로 건립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배 관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한국인을 포함한 세계적 건축가 5명 정도가 참여하는 공모전을 열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5월 문화부에서 업무가 이관되면 9월 중에는 광화문 일대부터 차차 설치미술품을 세우고, 새 미술관이 들어서면 생길 교통 문제 등도 서울시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쯤 서울관이 완공되면 근대 미술품을 전시하는 덕수궁, 현대미술 자료를 모으는 과천관과 더불어 국내 현대미술 전시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될 전망이다.
배 관장은 “현대미술관은 지난 40년은 관료가, 또 20년은 작가나 평론가들이 운영을 해 왔다.”면서 “앞으로 전문 미술관 경영인이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글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2009-03-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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