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탑서 나온 소탑의 조형미에 감탄

길상탑서 나온 소탑의 조형미에 감탄

입력 2008-05-01 00:00
수정 2008-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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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탑(塔)을 세우는 것은 석가의 유골을 봉안하여 예배의 대상으로 삼기 위함이다. 그런데 석가는 열반에 들기 전 “나에게 의지하지 말고 내가 설한 법(法)과 네 자신에 의지하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흔히 신사리(身舍利)라고 부르는 유골뿐 아니라 설법을 담은 경전, 즉 법사리(法舍利)도 탑에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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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하 무구정경)이 집중적으로 탑에 법사리로 넣어진 것은 통일신라시대이다. 황복사라고 전해지고 있는 경주 구황동 절터 삼층석탑의 사리갖춤이 출발점이다. 이 사리갖춤의 외함에는 99개의 작은 탑이 새겨져 있다.‘이 주문을 99벌 써서 탑 속에 넣고 공양하면 모든 죄를 멸하고 일체 소원을 이룰 것’이라는 무구정경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석가탄신일을 맞아 기획한 ‘탑 안에 들어간 탑 이야기-전(傳) 황복사 삼층석탑 사리갖춤’은 바로 법사리로 무구정경을 봉안한 통일신라 조탑(造塔)공양의 역사를 보여준다. 상설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박물관 3층의 금속공예실 공간을 이용한 테마전시회로 지난달 29일 막을 열어 오는 8월31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황복사 삼층석탑의 사리함에서 나온 금제여래좌상과 금제여래입상이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높이가 각각 12.4㎝와 14㎝로 극도로 정밀한 세공기술을 보여주면서도 조형성이 뛰어나다. 이어 99개의 탑이 새겨진 금동외함과 은합, 금합으로 이루어진 사리용기를 비롯한 한 세트의 사리갖춤이 전시되어 있다.

경주 나원리 오층석탑과 합천 해인사 길상탑은 무구정경 사리신앙의 발전단계를 보여준다.8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나원리 오층석탑의 금동제 사리함에는 무구정경과 불상, 금동제 삼층소탑과 3개의 구층소탑이 들어있었다.

해인사 길상탑에서 나온 소탑 176개는 그 흔치 않은 조형미가 눈길을 사로잡는데,176은 다라니경에 나오는 극락왕생의 숫자 77과 99를 합친 것이다. 무구정경은 진흙으로 작은 탑 77개를 만들어 탑 속에 공양하면 99개를 넣은 것과 같이 온갖 죄업이 소멸된다고 가르친다.

테마전시를 사리장엄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설전시와 곧바로 연결시킨 것도 관람객들에게 사리가 무엇이고, 사리갖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이다. 경주 감은사 동탑에서 나온 한국 사리장엄의 백미를 감상할 수 있고, 이어 안성 장명사명(銘) 고려시대 청동제 사리갖춤과 조선시대 백자 사리갖춤까지 시대에 따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2008-05-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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