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랍니다”

“나도 엄마랍니다”

박상숙 기자
입력 2007-10-12 00:00
수정 2007-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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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7개월의 이별 끝에 만난 아들은 열두 살답지 않은 동그란 얼굴의 앳된 소년에서 제법 멋스러운 ‘쿨한’ 십대 소년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만약 길에서 그 아이를 보았다면 아마 아들인 줄 몰랐을 것입니다.”

12년째 가택 연금으로 갇혀 지내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 최근 나온 수필집 ‘아웅산 수치의 평화(이문희 옮김, 공존 펴냄)’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를 겪고 있는 정치범 부모와 그 자녀들의 고통을 절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민주화 운동과 군정의 유혈 진압으로 미얀마가 또 한번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나온 수치 여사의 수필집은 뉴스로 접하지 못했던 미얀마의 삼엄한 정치·사회·문화적 현실을 볼 수 있는 ‘창’이다.

버마(옛 미얀마)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장 아웅 민 수이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역할을 이렇게 적었다.“수치 여사는 칼보다 강한 펜을 들었습니다. 친구와 이웃이 버마의 현실을 직시하고 관심과 도움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한 인도주의자의 마음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에는 군부독재 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정치 탄압, 불합리한 제도, 만연한 부패 등에 관한 날카로운 비판이 부드러운 모양새로 담겨 있다. 즐겨 읽은 추리소설, 민주화 동지들, 인터뷰 때 느낀 단상 등 수치 여사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글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수치 여사의 유일한 수필집인 이 책은 그녀가 첫 번째 가택 연금에서 풀려난 1995년 11월부터 약 1년간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한 ‘버마에서 온 편지’를 엮은 것이다. 반복되는 가택 연금과 군부의 탄압 속에서 신문 연재는 쉽지 않았다. 책에 실린 글의 일부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신문에 실리지 못했고, 군부에 신고하지 않은 팩스를 이용해 저자의 글을 신문사로 전송하던 수치 여사의 한 측근은 이 사실이 적발돼 교도소에서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책을 출간하면서 버마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가 수치 여사에게 ‘한국어판 서문’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1만 2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07-10-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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