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기억상실증을 다룬 드라마들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멀리는 ‘겨울연가’‘천국의 계단’‘봄날’에서부터 가깝게는 `환상의 커플´ ‘개와 늑대의 시간’‘거침없이 하이킥’까지…. 사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예를 들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들이 마치 스스로 기억상실증에 걸리기라도 한 듯 ‘기억상실증’ 모티브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기억’이 인간의 영원한 화두인 자기정체성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들은 거꾸로 이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함으로써 인생에서 기억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물론 기억을 잃은 이들이 반드시 힘겹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겨울연가’의 준상(배용준)이 자신을 민형이라고 여기며 새로운 성격에 따라 외향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잘 살아가듯이 말이다.
또 기억상실증이라고 해서 다 같은 모습을 띠는 것도 아니다. 한 예로 ‘부분적 기억상실증’을 그린 2005년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은 29세의 주인공이 사고를 당해 18세의 기억으로 퇴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은 보다 복잡한 면모를 지닌다. 이는 환자 본인이 잊고 싶어하는 일을 기억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변씨(성지루)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수현(이준기)을 보며 이렇게 뇌까린다.“어쩌면 수현이…,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서 스스로 기억을 놓아 버렸는지도 몰라.”
주목할 것은 기억상실증 드라마들이 그리는, 잃어 버린 시간을 찾는 여정이 시청자들에게 더없이 강력한 중독성을 내뿜는다는 사실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