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화가 송현숙(54)의 작품 앞에 서 있으면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마치 삼베나 모시 자락을 걸쳐놓은 듯한 붓질의 흔적이 허허로이 빈 바탕색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그 울림이다.
송현숙의 ‘단숨에 그은 한 획’전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특이한 삶의 여정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물. 전남 담양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후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가 화가로서 성공한 작가다. 그림을 좋아해 간호사로 일하는 틈틈이 그린 것을 제출해 함부르크 미술대학에 합격,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작가는 “지금도 데생을 기초로 한 사실적 그림은 그리지 못한다.”며 “데생을 중시하는 한국 대학에서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90년대 이후 캔버스에 마치 붓글씨를 쓰듯 획을 긋는 그림을 그려왔다. 한번의 붓질을 일획이라고 칭하고, 작품 타이틀도 ‘1획’‘7획’‘1획 위에 4획’ 등 필획이 그려낸 형상과 무관하게 붙인다. 대상의 이름이나 상징에 무심하고 싶은 의지, 집착하지 않는 동양철학적 냄새가 진하게 묻어난다.
작가의 붓질은 상당한 집중력과 체력을 요한다. 물감이 젖은 바탕 위에 붓질을 하는 템페라 물감을 사용하기 때문. 옛 벽화에서 쓰였던 기법이다. 덧칠하거나 지울 수 없어 잘 계획하여 순간에 완성해야 한다. 정신 집중이 잘 되고 운이 좋으면 한 번에 완성하기도 하지만, 수십번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따라서 송현숙의 긋는다는 행위는 노장사상의 무위(無爲)와 무념(無念), 그리고 불교의 선(禪)과 그 맥락이 닿아 있다.
35년째인 독일생활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소박한 차림새나 변하지 않은 남도 사투리는 작품 속 이미지의 삼베나 모시 느낌을 빼닮았다. 작가는 “어릴적 산골에서 흔히 접했던 삼베나 모시 이미지가 나이들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선 우물, 집, 옹기, 고무신, 호랑이 등을 특유의 붓질로 투박하게 형상화한 작품들도 보여준다. 내려긋기 중심의 기존의 작업을 연장하고 심화한 것. 말뚝과 천이 어우러진 듯한 ‘33획’에선 얼핏 무속적인 기운이 느껴지고,‘28획 위에 7획’은 흰 고무신을 싣고 단정히 선 여인의 뒷모습을 연상케 한다.
‘고무신 무더기 위에 13획’은 아우슈비츠 해방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그린 그림으로 ‘일제 강점기 정신대로 끌려가 수난당한 여성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는 설명을 덧붙인 작품이다. 이밖에 연녹색 바탕에 말뚝 하나를 그은 ‘1획’과 예전 안방에 걸려 있었을 법한 횃대에 천을 몇 번 감아 늘어뜨린 듯한 ‘21획’, 항아리 형태로 나타난 ‘7획’ 등이 인상적이다.11월9일까지.(02)720-1524.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송현숙의 ‘단숨에 그은 한 획’전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특이한 삶의 여정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물. 전남 담양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후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가 화가로서 성공한 작가다. 그림을 좋아해 간호사로 일하는 틈틈이 그린 것을 제출해 함부르크 미술대학에 합격,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작가는 “지금도 데생을 기초로 한 사실적 그림은 그리지 못한다.”며 “데생을 중시하는 한국 대학에서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90년대 이후 캔버스에 마치 붓글씨를 쓰듯 획을 긋는 그림을 그려왔다. 한번의 붓질을 일획이라고 칭하고, 작품 타이틀도 ‘1획’‘7획’‘1획 위에 4획’ 등 필획이 그려낸 형상과 무관하게 붙인다. 대상의 이름이나 상징에 무심하고 싶은 의지, 집착하지 않는 동양철학적 냄새가 진하게 묻어난다.
작가의 붓질은 상당한 집중력과 체력을 요한다. 물감이 젖은 바탕 위에 붓질을 하는 템페라 물감을 사용하기 때문. 옛 벽화에서 쓰였던 기법이다. 덧칠하거나 지울 수 없어 잘 계획하여 순간에 완성해야 한다. 정신 집중이 잘 되고 운이 좋으면 한 번에 완성하기도 하지만, 수십번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따라서 송현숙의 긋는다는 행위는 노장사상의 무위(無爲)와 무념(無念), 그리고 불교의 선(禪)과 그 맥락이 닿아 있다.
35년째인 독일생활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소박한 차림새나 변하지 않은 남도 사투리는 작품 속 이미지의 삼베나 모시 느낌을 빼닮았다. 작가는 “어릴적 산골에서 흔히 접했던 삼베나 모시 이미지가 나이들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선 우물, 집, 옹기, 고무신, 호랑이 등을 특유의 붓질로 투박하게 형상화한 작품들도 보여준다. 내려긋기 중심의 기존의 작업을 연장하고 심화한 것. 말뚝과 천이 어우러진 듯한 ‘33획’에선 얼핏 무속적인 기운이 느껴지고,‘28획 위에 7획’은 흰 고무신을 싣고 단정히 선 여인의 뒷모습을 연상케 한다.
‘고무신 무더기 위에 13획’은 아우슈비츠 해방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그린 그림으로 ‘일제 강점기 정신대로 끌려가 수난당한 여성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는 설명을 덧붙인 작품이다. 이밖에 연녹색 바탕에 말뚝 하나를 그은 ‘1획’과 예전 안방에 걸려 있었을 법한 횃대에 천을 몇 번 감아 늘어뜨린 듯한 ‘21획’, 항아리 형태로 나타난 ‘7획’ 등이 인상적이다.11월9일까지.(02)720-1524.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10-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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