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붕괴/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문명의 붕괴/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창용 기자
입력 2005-11-04 00:00
수정 2005-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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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의 버려진 신전들, 정글에 감춰진 마야의 도시들, 이스터 섬의 거대한 석상들….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했던 문명의 흔적들을 보며 현대인들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갖게 된다.‘이들은 왜 지속·발전하지 않고 몰락했을까?지금 우리의 문명도 이들과 같은 운명을 맞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한 사회가 자멸의 길을 재촉하는 실수를 범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미국 뉴올리언스 사태나 쓰나미 참사, 이라크 전쟁 등 최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악몽 또한 이같은 문명 몰락에 대한 불안감을 던져 준다.

문명 비판서 ‘총·균·쇠’로 퓰리처상를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이번엔 ‘문명 몰락’이라는 묵직한 테마에 돋보기를 갖다 댔다. 얼마전 폐막한 독일 프랑크루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화제를 모은 책 ‘문명의 붕괴’(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가 그것.

이스터섬·마야의 문명이 몰락한 이유는?

책이 담은 내용의 줄기는 크게 두 가지.‘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저자는 이스터섬의 폴레네시아 문화에서 시작해서 아나사지와 마야에서 꽃피웠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 그린란드에 식민지를 개척한 바이킹들의 불행, 그리고 현대세계까지 추적해 재앙의 기본 패턴을 찾아낸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 붕괴의 조짐이 보이는 곳들의 상황도 점검한다.

저자는 문명 붕괴의 이유를 크게 다섯가지로 나눠 관찰한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문제에 대한 그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가 그것이다. 그중 가장 강조하는 것은 환경파괴다. 폴리네시아의 이스터섬의 운명에 대해 저자는 ‘순전히 생태적 붕괴’에 가깝다고 말한다. 무자비한 삼림파괴가 전쟁으로 이어졌고, 지배계급이 전복되면서 위대한 거석문화마저 사라졌다는 것이다. 마야문명 몰락의 가장 큰 원인도 환경 파괴로 분석한다. 인구 과잉과 환경파괴가 식량 부족을 가져왔고, 이는 다시 전쟁으로 이어져 문명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폴리네시아인들이 정착한 피케언 섬과 헨더슨 섬은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 중단으로 붕괴한 예. 이곳에도 환경훼손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의 주된 무역 상대국인 망가레바 섬이 환경문제로 인해 붕괴된 것이 치명타였다. 이는 경제적 종속 현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이다.

20세기 이후에도 지구촌 곳곳 붕괴조짐

그렇다면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서도 살아남은 사회는 없을까?이는 곧 문명 붕괴 이유 중 다섯번째인 사회 구성원들의 대응의 중요성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예를 들어 몰락한 사회와 살아남은 사회의 극명한 차이점을 보여 준다. 노르웨이령 그린란드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노르웨이의 지원 중단, 이누이트족과의 적대적 관계로 인해 붕괴를 면치 못한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취약한 환경을 딛고 가장 풍요로운 나라 중 하나로 우뚝 서 있다. 이들은 원주민들의 생활습관을 받아들이고, 노르웨이와의 우호관계를 위해 노력했으며, 환경 파괴를 최소화했다.

저자는 오늘날 이같은 문명 붕괴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곳이 소말리아와 르완다. 환경파괴와 가뭄, 전쟁 등으로 인해 사회 자체가 몰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과거의 문명 몰락이 주는 교훈 잊지말자

그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 몬태나에서도 그같은 가능성을 내다본다. 아직도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지난 200여년간 자행된 각종 개발로 인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앓고 있는 곳이다. 한때 가장 부유했던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전락한 이곳이 겪고 있는 상황을 이미 붕괴된 문명들도 겪었음을 상기시킨다.

저자가 보기엔 과거보다 오히려 현대사회가 더 붕괴 위험이 크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세계화로 인해 멀리 떨어진 곳의 붕괴 파장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불어난 인구와 파괴적 첨단 테크놀로지 또한 당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소말리아와 같은 붕괴조짐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과거의 문명 몰락이 주는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지은이는 거듭 주문한다.2만 8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5-11-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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