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겨울은 재빨리 찾아왔고, 겨울이 깊어갈수록 우울하고 어두운 소식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17일 오후 독일 동부 도시 라이프치히 도서전전시장. 한 구석에 설치된 한국관에서 열린 한국 문학작품 낭독회에서 ‘타고난 이야기꾼’ 황석영은 자신의 소설 ‘한씨연대기’의 한 대목을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주제인 ‘스밈’처럼 한국 대표작가의 혼이 담긴 단어 하나하나는 관심 반, 호기심 반으로 발길을 멈춰선 독일인들의 가슴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이어 황석영의 독일어판 작품을 독일 작가 엥엘베르트 폴 노르트하우젠이 읽어나가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지난 17일밤 독일 동부 드레스덴시의 한 작… 지난 17일밤 독일 동부 드레스덴시의 한 작은 서접에서 열린 한국문학 행사에서 은희경이 소설을 낭독하고 있다.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지난 17일밤 독일 동부 드레스덴시의 한 작…
지난 17일밤 독일 동부 드레스덴시의 한 작은 서접에서 열린 한국문학 행사에서 은희경이 소설을 낭독하고 있다.
●황석영·임철우등 독자들과 대화
낭독후 가진 참가자들과의 대화에서 황석영은 “오래 전 작품을 지금 읽으려니 매우 낯설다. 그런데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때의 현실이 여전히 남아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임철우의 ‘붉은 방’이 낭독됐다. 임철우는 작품 설명에서 “군부독재의 억압적 이데올로기에 사람들이 길들여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 속에서 감춰진 진실에 대해 동시대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문학 입문 동기를 밝혔다. 그는 억업적 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문제는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며, 그것을 잡아내 발언하고 대화하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 아니겠냐며 자신의 문학관의 일단을 소개했다.
낭독회를 지켜본 현지인들의 반응은 사뭇 뜨거웠다. 작가 수업을 하고 있다는 독일 여성 율리아 포라(26)씨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한국사회의 일면을 이해하게 됐다.”며 낭독회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베트메 움라란 이름의 또다른 여성은 “아직 일본 출판물이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한국 책 출판도 점차 늘고 있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강·은희경 작품 낭독회도 이어져
한편 이날 저녁 라이프치히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인 드레스덴 쿤스트호프의 한 서점에선 소설가 한강과 은희경의 작품 낭독회가 이어졌다. 실내를 가득 메운 50여명의 참가자들은 숨을 죽인 채 상상력 넘치는 발랄한 문장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두 여성 작가의 치열한 언어가 파편처럼 그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글 사진 라이프치히·드레스덴(독일)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5-03-1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