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사냥꾼/케여 힐셔 등 지음

식물 사냥꾼/케여 힐셔 등 지음

입력 2004-12-18 00:00
수정 2004-12-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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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사 이래로 식물을 수집해 왔다. 식품이나 치료제로 쓰기 위해 혹은 종교적 제의를 위해 식물을 ‘사냥’해 온 것이다. 기원전 1500년께 이집트의 여왕 핫셉수트는 푼트(소말리아)로 원정대를 보내 자신의 신전에 바칠 향 덤불을 가져오게 했다. 또 알렉산더 대왕은 소아시아 지방으로 출정하던 도중에도 식물이 눈에 띄면 멈춰 살펴 봤다고 한다. 식물에 대한 인간의 열정은 시대를 뛰어 넘는다.16세기 이후 유럽인들은 해외 식민지를 개척하면서 금과 다이어몬드 등 광물자원만 빼앗은 게 아니다. 그들의 수탈 목록에는 미지의 식물 종(種)이 수두룩했다. 이국의 식물을 사냥하는 일은 처음엔 취미에서 출발해 돈벌이 수단으로 발전하며 차츰 하나의 직업으로 각광받았다. 마침내 식물 사냥꾼(plant hunter)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사냥과 정원 가꾸기에 여념 없던 영국인들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식물 사냥꾼’(케여 힐셔 등 지음, 김숙희 옮김, 이룸 펴냄)은 ‘녹색의 황금’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났던 독일 식물 사냥꾼들의 치열한 삶을 다룬 책이다. 남아프리카에서 제라늄을 발견한 ‘식물학의 영주’ 파울 헤르만,6000종이 넘는 식물을 중남미에서 들여온 알렉산더 폰 훔볼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노랑 양귀비를 발견한 식물학자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등 8명의 식물 사냥꾼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들어 식물 사냥 덕분에 식물학이 급속도로 발전했음을 밝힌다. 수많은 새로운 식물들을 학문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선 하나의 통일된 체계가 필요했던 것. 식물분류학의 선구자인 스웨덴의 칼 폰 린네가 식물이름 사전을 만든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수국, 양귀비, 백합, 제라늄, 난초, 선인장…. 식물 사냥꾼들의 풍요로운 노획물은 유럽의 정원을 꽃피는 낙원으로 만들었다. 식물 사냥꾼은 영국에서는 오늘날에도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책에선 그들의 위험하고 자극적인 여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2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4-12-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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