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단의 원로 이한우(76) 화백이 즐겨 그리는 한국의 풍경은 밝고 낙천적이다. 어찌 보면 환상적인 꿈의 풍경 혹은 피안의 풍경이다. 그의 그림에 해안 풍경이 유난히 많고 섬이나 배가 흔히 등장하는 것은 고향이 남해안 통영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화면을 지배하는 깊고 강렬한 색조는 통영 앞바다와 하늘의 색깔을 그대로 풀어놓은 듯하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2층 조선화랑에 마련된 ‘아름다운 우리 강산전’은 이한우 화백의 화업 40년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 화백의 작품세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국전에서 잇따라 특선을 하며 주가를 올리던 60∼70년대 초기 작품은 조선시대 목기 같은 고풍스러운 기물과 과일, 채소 등 일상적인 사물이 어우러진 회고 취미의 정물화가 대부분이다. 이 때를 1기라 한다면 2기에 해당하는 70년대 후반은 대상을 몽환적인 채널로 바라본 새로운 조형탐구의 시기다. 사물을 정치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자연을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처리하는 한편 소재도 정물에서 자연풍경으로 바뀌었다.3기인 80년대 초에서 최근까지의 작품은 여전히 해안이나 농촌의 풍경화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기법 면에서는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윤곽선 없이 색채에 의해 대상을 구분했던 2기의 풍경화와는 달리 모든 대상의 윤곽이 굵은 선에 의해 구획된다. 굵고 검은 선획은 꿈틀거리는 혈맥처럼 힘차다.
선으로 사물의 윤곽을 나타내는 이 화백의 그림은 동양화의 준법(法)을 떠올리게 한다. 준법은 대상을 주름으로 파악해 산수화를 그리는 법. 명암에 의해 사물의 입체감을 표현하는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에서는 선의 강약을 통해 명암을 드러낸다. 요컨대 이 화백은 서양의 매재(媒材)를 사용하는 서양화가이지만 동양화적인 발상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이한우의 골기(骨氣) 강한 풍경화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로 대상을 묘파하는 목판의 그것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이번에 출품된 ‘아름다운 우리 강산’ 시리즈 중에는 가로가 3m 넘는 대작도 여러 점 나와 있다. 이 작품들은 조선화랑뿐 아니라 코엑스 1층 인도양홀 벽면에도 별도로 전시돼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풍경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오방색으로 아로새겨진 그림이 조선 민화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프랑스에서 수차례 전시를 열어온 이 화백은 내년 7월에는 프랑스 상원 초청으로 파리 ‘오랑주리 드 뤽상브르’ 미술관에서 초대전도 열 예정이다. 고향에서 상업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방향을 바꿔 그림으로 일가를 이룬 이 화백은 이제 ‘한국적 표현주의’ 회화를 외국에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30일까지.(02)6000-588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서울 삼성동 코엑스 2층 조선화랑에 마련된 ‘아름다운 우리 강산전’은 이한우 화백의 화업 40년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 화백의 작품세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국전에서 잇따라 특선을 하며 주가를 올리던 60∼70년대 초기 작품은 조선시대 목기 같은 고풍스러운 기물과 과일, 채소 등 일상적인 사물이 어우러진 회고 취미의 정물화가 대부분이다. 이 때를 1기라 한다면 2기에 해당하는 70년대 후반은 대상을 몽환적인 채널로 바라본 새로운 조형탐구의 시기다. 사물을 정치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자연을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처리하는 한편 소재도 정물에서 자연풍경으로 바뀌었다.3기인 80년대 초에서 최근까지의 작품은 여전히 해안이나 농촌의 풍경화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기법 면에서는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윤곽선 없이 색채에 의해 대상을 구분했던 2기의 풍경화와는 달리 모든 대상의 윤곽이 굵은 선에 의해 구획된다. 굵고 검은 선획은 꿈틀거리는 혈맥처럼 힘차다.
선으로 사물의 윤곽을 나타내는 이 화백의 그림은 동양화의 준법(法)을 떠올리게 한다. 준법은 대상을 주름으로 파악해 산수화를 그리는 법. 명암에 의해 사물의 입체감을 표현하는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에서는 선의 강약을 통해 명암을 드러낸다. 요컨대 이 화백은 서양의 매재(媒材)를 사용하는 서양화가이지만 동양화적인 발상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이한우의 골기(骨氣) 강한 풍경화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로 대상을 묘파하는 목판의 그것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이번에 출품된 ‘아름다운 우리 강산’ 시리즈 중에는 가로가 3m 넘는 대작도 여러 점 나와 있다. 이 작품들은 조선화랑뿐 아니라 코엑스 1층 인도양홀 벽면에도 별도로 전시돼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풍경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오방색으로 아로새겨진 그림이 조선 민화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프랑스에서 수차례 전시를 열어온 이 화백은 내년 7월에는 프랑스 상원 초청으로 파리 ‘오랑주리 드 뤽상브르’ 미술관에서 초대전도 열 예정이다. 고향에서 상업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방향을 바꿔 그림으로 일가를 이룬 이 화백은 이제 ‘한국적 표현주의’ 회화를 외국에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30일까지.(02)6000-588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4-12-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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