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미추의 배우 서이숙(36)은 올초 대학로 여배우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연극 ‘허삼관 매혈기’의 여주인공 허옥란 역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히서연극상 연기상을 둘다 거머쥐었기 때문이다.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미추에서 대선배 김성녀의 뒤를 이를 차세대 여배우로 일찌감치 입지를 굳힌 그이지만 대외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기는 연기생활 15년 만의 일.
서이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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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숙씨
연극열전 여덟번째 작품으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재공연중인 ‘허삼관 매혈기’는 그래서 공연 보름 전 어깨골절로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서도 끝까지 무대에 서겠다고 고집을 부릴 만큼 그에게 애착이 가는 연극이다.무대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으나 인터뷰 자리에 나온 그는 오른쪽 어깨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아직 뼈가 완전히 붙지 않아 공연때만 잠깐 붕대를 풀고 연기한다고 했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정말 울고 싶었어요.평소 배우는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시던 김성녀 선생님께도 면목이 없었고요.그래도 공연을 안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붕대를 감고서라도 무대에 설 작정이었죠.” 다행히 경과가 좋아 공연을 하게 됐지만 그때만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배짱 두둑하고,대범한 극중 허옥란처럼 그도 천성이 낙천적이다.21살때 수원에서 상경해 미추 단원이 된 뒤 줄곧 한우물만 팠다.
함께 입단한 여자 동기들이 오랜 훈련기간을 견디지 못한 채 하나둘씩 떠날 때에도 그는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하며 끈기있게 기다렸다.그런 그에게 항상 변함없는 용기를 준 이는 어머니와 김성녀.경기도 연천에 있는 어머니는 TV에서 딸이 출연하는 마당놀이를 보고 일일이 연기 지적을 해주는 든든한 후원자다.김성녀는 아파 누워 있는 그에게 “진통제 먹고 공연해.”라고 말할 정도로 연기에 있어서는 엄한 스승.하지만 배우로나 인간적으로나 그가 가장 닮고 싶은 선배의 모습이다.연기술보다는 연기관이 중요한 것 같다는 그는 “작은 역할을 하더라도 주인공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공연은 7월4일까지.(02)747-5161.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4-06-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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