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 장풍대작전’-무림고수들, 서울 한복판서 붙다

‘아라한 장풍대작전’-무림고수들, 서울 한복판서 붙다

입력 2004-04-29 00:00
수정 2004-04-2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아라한 장풍대작전’(제작 좋은영화·30일 개봉)은 류승완·류승범 형제가 의기투합한,이른바 ‘도심무협극’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다찌마와 리’‘피도 눈물도 없이’로 범상찮은 연출력을 과시해온 류승완 감독이 친동생인 연기파 배우 류승범에게 또 다시 주인공을 맡긴 것.두사람이 호흡을 맞춘 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4번째다.

‘도심무협극’이라는 생소한 장르에는 영화의 짜임새와 색깔이 단적으로 집약돼 있다.주인공들의 무협액션이 대입된 공간은 거대도시 서울 한복판.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웅담이 무협이라는 고전적인 소재와 결합한 ‘퓨전액션’인 셈이다.

국회의원 자가용까지 딱지를 떼는 열혈순경 상환(류승범)은 불타는 정의감 빼면 그저 평범한 인물이다.편의점 점원인 의진(윤소이)에게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소매치기범을 귀신처럼 알아보고 빌딩 숲을 붕붕 날며 장풍(掌風)을 일으킬 줄 아는 일명 ‘아라치’다.

소매치기를 붙잡으려다 만난 의진에게 첫눈에 반한 상환은 의진의 집에서 칠선도인(七仙道人)들을 만난다.엄청난 무공의 소유자이자 의진의 아버지인 자운(안성기)은 상환이 득도(得道)해서 ‘마루치’가 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판단하고,그에게 무공을 전수한다.자운은,득도한 아라치와 마루치(아라한)가 손잡으면 순리로 세상을 다스리는 힘을 얻게 된다는 태초의 전설을 실현시키려는 캐릭터.

등장인물들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눠 정의의 손을 들어주는 식의 이야기 흐름은 익히 봐온 영웅담 액션과 다를 게 없어뵌다.하지만 평범한 시민이 영웅이 돼가는 주인공 캐릭터는 ‘슈퍼맨’류의 할리우드 액션물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폭력배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에서 무공을 쌓은 상환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루치가 되어, 분노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흑운(정두홍)과 맞서는 운명이 된다.중반 이후 영화는 상환과 흑운의 맞대결에 온신경을 집중한다.촬영전 몇달씩 무술을 익힌 배우들이 고난도의 사실액션을 선보이는 대목이다.컴퓨터에 필름을 통째로 담갔다 꺼낸 듯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기법도 볼 만하다.코믹대사들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선문답 같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류승범의 역량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오랫동안 액션동작을 강조한 화면은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흑운의 실체가 후반부에 이르러 자운의 회고를 통해서야 드러나는 설정도 관객의 참을성을 시험하는 듯 불편하다.헐크처럼 괴성을 지르는 정두홍의 과잉연기는 자꾸만 화면을 겉돈다.

황수정기자˝
2004-04-29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