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판’ 미국 정치권, 퍼거슨 사태 앞에선 ‘조심’

’싸움판’ 미국 정치권, 퍼거슨 사태 앞에선 ‘조심’

입력 2014-11-27 00:00
업데이트 2014-11-2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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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과거와 달리 ‘로키’…의회, ‘뇌관 건드릴라’ 언행 주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양상을 보이던 미국 정치권이 또다시 불거진 퍼거슨 사태 앞에서 몸을 잔뜩 움크리고 있다.

인종문제라는 ‘뇌관’을 잘못 건드릴 경우 정치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큰 탓에 정당 소속을 가리지 않고 언행을 조심하는 분위기다.

우선 국정을 지휘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부터 ‘로키’를 유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폭력 행위에 관용은 없다”며 시위대의 자제를 거듭 촉구했지만,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대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7월 하버드대학 교수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가 백인 경찰관에 의해 범죄자로 오인받고 자택에서 체포돼 흑인사회가 발칵 뒤집혔을 당시 경찰관을 향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게이츠와 백인 경찰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맥주회동’을 갖기도 했다.

2012년 2월 자경단원인 조지 지머먼이 비무장 상태였던 17세 흑인 청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으로 사살한 사건을 접하고는 “트레이번 마틴은 35년 전의 나였을 수도 있다”며 개인적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사건에 대처하면서 비교적 ‘절제’하는 것은 당장 소요사태를 진정시키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도 있지만, 이번 사건을 인종문제와 연관짓기보다는 정당한 법 집행의 일환일 수 있다고 인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사태를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퍼거슨 시를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민개혁을 놓고 ‘거북등’처럼 갈라졌던 의회도 이번 사태를 놓고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백인 유권자층을 대변하는 공화당은 잘못된 불똥이 튈까 우려하며 극도로 언행에 주의하는 모습이다.

다만, 흑인 유권자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뒤늦게 관련 청문회를 열거나 입법을 손질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다.

상원 사법위원회 헌법·시민권 소위원회 위원장인 딕 더빈(민주·일리노이) 의원은 다음달 9일 공청회를 열어 퍼거슨 사태와 관련한 경찰의 법집행 관행과 주 정부의 군비 확장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의회 흑인코커스 의장인 마르시아 퍼지(민주·오하이오)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모든 부모와 흑인 보호자에게 경악스러운 이야기”라며 “미국 인종문제의 또다른 후퇴”라고 지적했다.

역시 흑인코커스 소속이면서 검찰총장 출신인 그레그 믹스(뉴욕) 하원의원은 로버트 맥컬로크 세인트 루이스 검찰총장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잘못 다뤘다고 비판했다.

윌리엄 레이시 클레이(민주·미주리) 하원의원은 같은 민주당 소속인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에게 특별검사를 선임해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또 형사사법시스템의 인종간 불평등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입법을 다음 회기에 공식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잠재적 대선주자의 한명인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 정도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폴 의원은 타임 매거진에 논평을 내고 “나는 정치인들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고 싶다”며 “형사재판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젊은이들을 가난에서 끌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뒤늦게나마 의회 내에서 후속입법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퍼거슨 사태가 처음으로 터졌을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군이 보유한 각종 장비와 화기를 지역 경찰 등 국내 치안 기관에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 ‘1033 프로그램’을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의회 내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행크 존슨(민주·조지아) 하원의원이 발의안 이 법안에는 공화당 소속인 라울 라브라도르(아이다호) 하원의원도 서명했다.

그러나 이후 의회가 중간선거 국면에 돌입하면서 제대로 후속 심의를 하지 못한 상태이며 현재로서는 다음 달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치안과 국방력 강화를 중시하고 있는 공화당이 내년 1월부터 새로운 회기에 상·하원을 동시 장악함에 따라 ‘1033 프로그램’이 그대로 존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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