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음란한 춤’ 체포된 10대 ‘자아비판’ 프로그램 논란

이란서 ‘음란한 춤’ 체포된 10대 ‘자아비판’ 프로그램 논란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7-12 17:33
수정 2018-07-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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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춤을 추는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체포된 10대가 국영방송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놓고 현지에서 비판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그의 출연이 사실상 강제로 이뤄졌고, 해당 방송에서 춤 동영상을 게시한 데 대해 ‘자아비판’이나 다름없는 모욕적인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이 10대는 마헤데 호자브리(18)라는 여성으로 이란에서는 금지된 수준의 노출 복장으로 춤을 춰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이란 당국은 이슬람 율법과 도덕규범에 어긋나는 음란한 춤을 췄으며,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려고 인터넷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호자브리 등 네티즌 4명을 한 달 전 체포했다가 석방됐다. 그러나 호자브리는 최근 다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체포를 놓고는 이란 내 여론이 찬반이 갈리는 분위기지만, 이란 국영방송이 내보낸 ‘비라헤’(도덕적 일탈)라는 시사 고발프로그램에 대해 여론의 비판과 분노가 집중됐다.

사회적 윤리 의식을 계도한다는 명분으로 인권 침해적인 자아비판을 하도록 한 것도 모자라 미성년자까지 출연시켰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호자브리 등이 체포 중이었던 때로 추정되는 이달 2일 방송됐다.

방송에서 한 출연자는 “이렇게 문제가 될 줄 몰랐고 조회 수가 올라가는 게 좋아서 동영상을 올렸다”면서 “나쁜 춤을 전파하려고 한 행동이 절대 아니었고, 인스타그램은 사회에 해를 끼친다”고 ‘자백’했다.

다른 출연자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다시는 춤추는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강요된 반성’을 하면서 우는 여성 출연자도 있었다.

역광으로 가린 익명 인터뷰였지만 이란 시청자들은 실루엣으로 호자브리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란 중도성향 신문 함샤리는 11일 한 면을 모두 할애해 “국영방송의 그런 프로그램은 악영향을 준다”면서 “새로운 세대를 기성세대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이란 인구 중 10∼25세가 1천700만 명(전체 인구의 약 21%)이나 되는 데 세대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억압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면서 “젊은이를 체포해 국영방송에 출연시키는 대신 기존 세대의 부패를 해결해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란 일간 함델리도 11일 자에 “18세 소녀를 카메라 앞에 두고 범죄자로서 자백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화가 났다”면서 “경찰은 인스타그램의 유명인사만 잡고 경제적 부패 사범, 여성의 얼굴에 염산 테러하는 자들은 놔둔다는 게 여론이다”라고 비판했다.

국영 신문 이란도 ‘국영방송의 비라헤(도덕적 일탈)’라는 제목의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정치권과 반관영 시민단체들도 호자브리가 국영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의회 여성위원회 소속 타예베 시아바시 의원은 “우리 젊은 세대가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환경과 문화·예술적 계획을 마련하는 데 어른들이 무엇을 했나”라면서 국영방송이 프로그램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보수 정치인인 알리 모타하리 의회 차석 부의장까지도 “사법부의 허가 없이 미성년자를 그런 방송에 출연시켜 자백하게 하는 것은 소송감”이라면서 국영방송을 이례적으로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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