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명예살인 처벌 법안 의회 통과

파키스탄, 명예살인 처벌 법안 의회 통과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6-10-07 11:19
수정 2016-10-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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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만장일치로… 가족 감형요구권도 최소화

 지난 7월 파키스탄에서는 유명 블로거이자 모델인 찬딜 발로치(26)가 오빠에 의해 목이 졸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발로치는 평소 “여성으로서 자신을 위해, 서로를 위해, 정의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거나 “파키스탄이 크리켓 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는 등의 돌출 발언과 남녀평등 주장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소셜 미디어 스타가 됐다. 하지만 오빠는 발로치가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그녀를 살해한 것이다. 팔로워가 4만명에 이르는 발로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명예살인을 비판하는 여론이 파키스탄에서 들끓었다.

 이를 반영하듯 파키스탄 의회는 명예살인 범죄자를 반드시 처벌하고 가족의 감형요구권을 최소화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4시간여의 토론끝에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BBC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법은 ‘명예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라도 ‘피해자 가족이 용서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명예 살인은 간통, 부적절한 의상 착용교 등에 연루된 여성을 아버지나 남편, 남자형제 등이 가문의 명예를 지킨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행위다.

파키스탄에서 지난해에만 1000명 이상의 여성이 명예 살인이라는 이름 아래 목숨을 잃어 국내외의 비난을 받았다. 특히 희생자 가족이 범죄자를 용서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이슬람 율법(샤리아)를 받아들인 기존 법에 따라 명예살인 범죄자 대부분이 면죄부를 받았다.

 의회를 통과한 새 법안은 명예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반드시 징역 25년형에 처해지도록 했다. 피해자 가족도 용서할 권한이 없다. 다만, 범죄자가 사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징역형으로 감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법안 지지자들은 감형가능성을 아예 차단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첫걸음을 뗐다며 환영했다. 명예살인 처벌 강화 법안은 지난해 발의됐으나 찬반이 극명히 엇갈려 이날 의회를 통과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보수주의자와 종교계는 ‘쿠란에 반하는 법안’ ‘서양 문화를 들여오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보수정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사형에 처한 범죄자에 대한 용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항을 덧붙여 정치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법률 고문인 자파룰라 칸은 “이 법안이 가능한 최선이었다”면서 “문제는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 양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보다도 남성 가족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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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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