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메르켈 위상에 흠집…흔들리는 유로존

[그리스 위기] 메르켈 위상에 흠집…흔들리는 유로존

입력 2015-07-06 07:41
업데이트 2015-07-0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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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나오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유럽 내 공고한 위상이 크게 상처받았다.

그의 뜻과 달리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협상 재개 가능성이 안갯속으로 빨려들고 유럽연합(EU) 통합 심화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결속이 동시에 타격받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리스인들로부터 직접 긴축정책의 폐기 요구를 표심으로 전달받은 점은 육중한 무게로 다가온다. 그 연장선에서 그리스 정부의 희망대로 협상이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채권단으로서는 불리한 처지에서 ‘연금 축소’ 대신 ‘채무 경감’ 카드를 제시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협상 재개 여부는 차치하고 당장 그리스의 실질적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이탈 우려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다. 이에 맞물려 하나의 유럽이 흔들리고 유로존이 휘청이는 흐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은 메르켈에게 각별히 뼈 아픈 대목일 것이다.

메르켈은 그리스 정부의 국민투표 제안이 나왔을 때부터, 투표 직전까지의 극적 타결 모색을 거부하고 투표 후 협상 재개 가능성만 열어뒀다. 결국, 그가 말한 대로 유럽은 움직였지만 투표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메르켈로서는 안 그래도 힘겨운 그리스 난제가 한층 복잡한 고차 방정식으로 변하는 순간을 맞았다.

지난달 30일 구제금융 기간이 종료되고 국민투표 카드가 나오고 나서 그가 강조한 것은 무원칙한 타협 배제였다. 어떤 양보라도 해서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맞선 언급이었다. 그러나 그가 내내 밝혀온 대원칙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희망이었다.

이들 두 가지 목표는 이번 반대 표심 확인으로 화해할 수 없는 모순적 과제로 돌변했다. 메르켈로서는 협상 테이블을 버리고 그리스를 떠나 보내거나, 상당한 양보를 통해 그리스를 붙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유럽 통합과 유로존 결속의 급격한 이완이자 러시아로 기우는 그리스를

떠나보내는 지정학적 대사건이 될 수 있다. 역으로, 채무 경감 등 큰 양보를 통한 그리스 잔류는 제2, 제3의 그리스에 선례가 되고 이는 내내 채권단에 무거운 부담을 안길 것이다.

독일 여론은 일단 강경론으로 흐르고 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그리스를 지원하느라 내 세금이 털린다’라는 시민 인식과 ‘그리스 퍼주기’라는 정치권의 비판 담론이 번진 탓이다.

제1공영 TV ARD가 최근 실시한 독일인 의식조사에서 응답자 68%는 협상 결렬 책임 주체로 그리스 정부를 지목하고 89%는 그리스가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메르켈이 속한 집권 기독민주당 의원들은 벌써 ‘3차 구제금융’은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 여론과 정치권 공론은 표변하기 마련이다. 메르켈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리스 문제로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그것은 고스란히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될 공산이 크다.

EU와 유로존 시장에서 화폐가치 저평가와 제조업·수출 주도의 경쟁력을 앞세워 가장 큰 혜택을 보는 독일에, 사실상 분식회계로 자격을 급히 갖춰 유로존에 가입하고 나서 부채 위기를 겪으며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그리스는 운명적 난제다.

그 점에서 메르켈이 속으론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나오기를 바랐다는 일부 해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메르켈이 유로존의 평안을 찾는 유화책으로 갈지, 유로존의 질서를 구하는 강경책으로 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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