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비상사태’ 내세워 무소불위 권력 행사>

<미국 대통령 ‘비상사태’ 내세워 무소불위 권력 행사>

입력 2014-10-24 00:00
수정 2014-10-2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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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내세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 의회는 국가 위난이라는 목적 때문에 제대로 감시를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23일(현지시간) ‘비상사태의 나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을 끊임없는 비상사태 국가로 지목하고 지금도 이와 관련한 30개의 명령이 계속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는 국가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의회의 특정 ‘견제와 균형’의 권한을 이양하는 국가비상사태법을 제정했다.

이전의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한 후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초법적인 권한을 휘두르는 것을 지켜본 의회는 앞으로 법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공표하고 어떤 권한을 행사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밝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대통령 공포 또는 행정 명령의 형식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 후 테러 국가에 대한 자산 동결 결정과 주 방위군 동원, 중장급 미만 주요 군지휘관에 대한 임명·해임권을 비롯해 법률이 정한 160개 항목에 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비상사태 선포는 사안마다 갱신되지 않으면 1년 후 자동으로 폐기된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역대 대통령은 법 제정 후 자국 내 토네이도, 홍수 등 자연재해에 따른 위난 상황을 제외하고 53차례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재임 6년째인 올해까지 9차례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 문제는 전임자가 내린 비상사태 조처를 계속 갱신한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여전히 효력이 살아 있는 비상사태 관련 내용은 8건, 전임자의 비상사태 조처는 22건으로 총 30건이나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1년 9·11 테러 직후 공포한 비상사태로, 대내외적인 테러 집단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이 조처는 폐기되지 않고 지금까지 13년간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관련 비상사태 공포 내용을 갱신하는 등 재임 6년간 해마다 요긴하게 사용했다.

이 비상사태 조처가 폐기되지 않은 탓에 9월 30일 현재 연방 기관 산하에 소집된 주 방위군과 예비군은 2만5천700 명에 달한다. 이들은 비상사태가 해제돼야 집으로 돌아간다.

전쟁·테러 등 대외적 위협에 민감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에볼라 확산 사태에 대해서는 지금의 보건 시스템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비상사태 선포를 미뤘다.

대통령이 비상사태 명령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사이 이를 제대로 따져야 할 의회는 침묵을 거듭했다.

국가비상사태법에 따라 상·하원은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 후 6개월 내 이 명령의 찬성 또는 거부를 투표로 결정해야 하지만 단 한 번도 표결에 부친 적이 없다.

킴 레인 셰플러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간단한 조작으로 스위치를 올리면 불이 켜지듯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하면 새로운 권력을 얻는다”며 “국가비상사태법은 대통령에게 마법의 지팡이와 같은 것으로서, 이것의 사용을 막는 제약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조사국에서 37년간 재직하며 비상사태를 연구해 온 해럴드 렐리어는 “의회는 비상사태와 관련해 행정부의 감시견 노릇을 못했다”면서 “당파성도 이 사안에서는 묻혔다”며 사실상 공화당과 민주당이 한통속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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