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발언 파문…이탈리아도 인종문제 ‘도마’

‘오랑우탄’발언 파문…이탈리아도 인종문제 ‘도마’

입력 2013-07-16 00:00
수정 2013-07-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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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의원 사퇴요구 고조…이민규정 완화 반대 ‘대립’

이탈리아 우파정당 소속의 로베르토 칼데롤리 상원 부의장이 흑인인 세실 키엥게(48·여) 이민부 장관에게 한 인종차별성 발언의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칼데롤리의 상원 부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키엥게 의원과 그가 추진하는 이민법 개정을 공격하는 등 인종과 이민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는 지난 13일 북부연맹 집회에서 “키엥게 장관을 보면 오랑우탄이 떠오른다”고 한 칼데롤리의 ‘망언’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는 지난 수년간 인종차별, 성차별, 이슬람 혐오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칼데롤리의 발언은 시민 사회가 야만적으로 흐르는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다. 충격적이고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칼데롤리 부의장의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선을 넘었다”고 비판한 엔리코 레타 총리는 칼데롤리의 소속정당인 북부연맹 당수 로베르토 마로니에게 “나라 망신거리인 비방전을 멈추라”고 재차 주문했다.

레타 총리의 소속 정당인 중도좌파 민주당을 중심으로는 칼데롤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마피아 수사 검사 출신인 피에트로 그라소 상원 의장도 칼데롤리의 발언을 두고 “인종차별적인 언어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키엥게 의원은 “칼데롤리의 사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이탈리아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우파 정당과 극우 단체들은 이번 파문을 틈타 현 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이민가정 자녀의 시민권 취득 기준 완화를 주장해온 키엥게 장관은 최근 ‘불법 이민’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도록 관련법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우파의 반발을 샀다.

북부연맹 지도자들은 “칼데롤리의 발언은 이민자들을 걷잡을 수 없이 밀어닥치도록 하는 키엥게 장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북부연맹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인 마테오 살비니는 칼데롤리 부의장의 발언을 비판한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을 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적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키엥게 장관이 회의참석차 방문 중인 페스카라에서는 극우파의 소행으로 보이는 ‘올가미 시위’가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밤사이 페스카라 시내 가로등에는 올가미가 걸리고 ‘이민은 국민을 죄는 올가미’, ‘각자 자기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 등의 슬로건이 적힌 포스터가 함께 나붙었다.

이 포스터에는 극우단체인 ‘포르자 누오바’(Forza Nuova, 새로운 힘)의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경찰은 이 단체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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