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냐 명분이냐…에콰도르 ‘스노든 망명’ 갈림길

경제냐 명분이냐…에콰도르 ‘스노든 망명’ 갈림길

입력 2013-06-26 00:00
수정 2013-06-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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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검토” 밝혔지만 수출 약 40% 미국에 의존, 보복 각오해야

경제적 실리를 챙길 것인가 아니면 남미 좌파국가의 수장 타이틀을 노릴 것인가.

미국의 기밀 정보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30)이 남미 국가 에콰도르의 망명을 희망하면서 에콰도르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가난한 나라 에콰도르가 과연 미국의 보복을 각오하면서까지 스노든을 결국 받아들일 것인지가 주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에콰도르 연간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다. 금액으로는 90억 달러(한화 약 1조 392억 원) 규모에 이른다.

먹고 사는 문제를 생각하면 당연히 스노든의 요청을 거절해야할 것 같지만 에콰도르의 좌파 정부는 일단 스노든의 망명 요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에콰도르 정부는 스노든의 정치적 망명 요청을 매우 책임 있는 방식으로 검토하고 주권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썼다.

미국이 스노든 신병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임에도 보란듯이 스노든의 망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임을 ‘공표’한 것이다.

앞서 에콰도르는 지난해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게도 영국 런던 주재 자국 대사관에 은신처를 제공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어산지에게 망명을 허용하면서 코레아 대통령은 세계 강대국들에 맞서는 군소국의 저항적 지도자 이미지를 얻었다”며 “스노든의 망명 요청은 코레아 대통령에게 같은 결정을 다시 한번 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자국 언론자유를 탄압한다고 비난받는 코레아 대통령이 어산지와 스노든의 두 사례를 통해 스스로를 ‘투명성의 챔피언’(champion of transparency)으로 포장하려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코레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항해 남미 좌파국의 리더 역할을 해온 우고 차베스나 피델 카스트로처럼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반정부 인사의 발언도 인용 보도했다.

하지만 코레아 대통령의 선택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AP 통신은 26일 “꽃과 채소가 스노든의 운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에콰도르가 스노든을 받아들이면 미국이 즉각 에콰도르가 수출하는 꽃과 아티초크, 브로콜리 등에 대한 관세 혜택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AP는 “에콰도르는 수출의 약 50%를 미국에 하고 이를 통해 인구 1천460만 명의 나라에서 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에콰도르 경제계 관계자들이 스노든의 망명 허용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블라스코 페나헤레라 에콰도르 전 부통령은 “대통령이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며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에 팔 수 있는 것보다 많이 미국에 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에콰도르인들은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시내용을 남미를 포함해 다른 나라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하며 과도한 간섭의 한부분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어떤 경제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P는 그러나 “에콰도르 수도의 민심은 에콰도르가 스노든의 문제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미 행정부는 내주 초까지 에콰도르 수출품에 대한 우대조치의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AP는 이를 두고 스노든 문제가 불거지기 한참 전에 계획된 ‘데드라인’이지만 시기적으로 미국에 편리하게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의회도 내달 21일 전까지 연간 50억 달러에 달하는 에콰도르 수출품에 대한 관세 혜택 갱신을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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