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 학살’ 아르헨 독재자 비델라 종신형 받고 복역 중 초라한 죽음

‘3만명 학살’ 아르헨 독재자 비델라 종신형 받고 복역 중 초라한 죽음

입력 2013-05-18 00:00
수정 2013-05-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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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명의 반체제 세력을 살해한 아르헨티나 ‘더러운 전쟁’의 원흉이자 군사 독재자인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가 17일(현지시간) 사망했다. 87세.

비델라는 인권탄압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인근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고령으로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비델라는 군 총사령관이던 1976년 3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이사벨 페론(1974~1976년) 대통령을 몰아낸 뒤 의회·법원·정당 등의 기능을 정지시켰다.

그는 아르헨티나 지식인은 물론 평범한 시민들까지 무자비하게 잡아들여 물과 전기로 고문하고 산 사람을 비행기에서 떨어뜨려 살해하는 등 각종 악행을 일삼았다. ‘더러운 전쟁’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3만여명이 살해당했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600여곳의 비밀수용소에서 처형된 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비델라는 남미 지역 군사정권들이 자행한 정치적 탄압 활동인 ‘콘도르 작전’에도 참여했다. 이 작전은 1975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6개국 군사정권의 첩보기관이 자행했다. 이들은 좌익 게릴라 세력 척결을 주장하며 사회운동가,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납치, 고문, 살해 행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10만여명이 사망하고 40만여명이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델라는 군부 독재 말기 ‘사면법’이라는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고 정권을 이양했으나 1986년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5년 만에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의 사면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2003년 집권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이를 취소하고 처벌에 나섰고, 2007년 아르헨티나 사법부가 그의 사면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다시 재판을 받았다. 결국 2010년 12월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법원은 비델라에게 납치·구금·살인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종신형을 선고했다.

지난해에는 좌파 정치범들의 아이들을 빼내 군인 가족에게 불법 입양시킨 ‘유아 절도’ 혐의로 50년형을 선고 받았다.

한편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 1세는 비델라 독재 정권의 더러운 전쟁 당시 진보적인 해방신학운동에 관여한 사제들이 군부에 체포되는 과정에 소극적으로 임해 “군사 정권을 방조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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