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직접 만든 ‘위안부 기림비’ 뉴저지서 제막

미국이 직접 만든 ‘위안부 기림비’ 뉴저지서 제막

입력 2013-03-09 00:00
수정 2013-03-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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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겐카운티 정부 주도…일본 개입 명분 원천 차단‘위안부는 보편적 인권 문제’ 공식 인정 의미도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또 하나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졌다.

기림비를 만든 주체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정부다. 미국에서 네번째 기림비이지만 한인사회가 주도한 기존 기림비와 달리 미국의 지방정부가 직접 만들었다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

버겐카운티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뉴저지주 해켄색에 있는 카운티 법원 앞의 ‘메모리얼 아일랜드’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희생된 위안부를 추모하는 기림비의 제막식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빌 파스크렐(민주ㆍ뉴저지) 연방 하원의원 등 미국 정치권 인사와 한인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캐서린 도너번 버겐카운티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만난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미국 시민에게 알려도 된다며 흔쾌히 허락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이 기림비는 일본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2차대전 당시에 있었던 잔학 행위에 대한 반대”라고 강조했다.

파스크렐 의원은 “개인적으로 2007년 연방 하원에서 추진된 위안부 결의안도 지지했는데 이 모든 것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라며 “모든 국가는 고쳐야 할 것이 있고 완전한 존재는 신(神) 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운티 정부와 함께 기림비 건립에 앞장 섰던 존 미첼 전 카운티 의회 의장은 “위안부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아닌 미국 전체의 이슈”라고 역설했다.

버겐카운티는 기림비 동판에 “2차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노예’(sexual slavery)로 강요당한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출신의 수십만 여성과 소녀들을 추모하며”라는 글을 새겼다.

‘메모리얼 아일랜드’는 미국 노예제도로 희생된 흑인과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 아일랜드 대기근, 아르메니아 학살 등 인권문제를 다룬 다른 4개의 추모비가 설치돼 있는 곳이다.

버겐카운티가 ‘세계 여성의 날’에 이들 추모비와 같은 곳에 위안부 기림비를 설치한 것은 미국 사회가 일본군 위안부를 여성의 보편적 인권 문제로 공식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는 앞서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팰팍)와 뉴욕 롱아일랜드, 로스앤젤레스 등 3곳에서 한인사회나 한국 지방자치단체 등의 주도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졌다.

하지만 이번 기림비는 미국의 지방정부와 의회가 정파를 초월해 건립을 합의했고 미국 시민들이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거쳐 비용을 조달했기 때문에 일본이 개입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는 데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아울러 버겐카운티에 70여개의 시(타운)가 소속돼 있다는 점에서 역시 버겐카운티 소속인 팰팍의 기림비가 70개로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팰팍 기림비 건립을 주도했던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이번 기림비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 세대를 이어 일본의 반인륜적 범죄를 꾸짖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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