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르시 “의회 다시모여”…군부에 일격

이집트 무르시 “의회 다시모여”…군부에 일격

입력 2012-07-09 00:00
업데이트 2012-07-0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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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와 갈등 예고‥이집트 군사최고위, 긴급 대책회의

군부와의 ‘불안한 동거’가 예상됐던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자신의 취임 전에 군부가 주도한 의회 해산결정을 뒤집었다.

일격을 당한 군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보수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르시 대통령과 군부 사이의 권력 투쟁이 이집트를 다시 혼란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무르시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의회를 재소집하고, 입법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발령했다. 무르시 대통령의 보좌관인 야세르 알리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새로운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해산된 의회를 다시 개원하라고 명령했다”며 “조기 총선은 새 헌법 발효 후 60일 이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무르시의 이번 명령은 지난달 14일 헌법재판소가 내린 의회 해산 결정을 뒤집는 것으로, 사실상 군부의 권위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기도 하다.

무르시와 전직 총리 아흐메드 샤피크가 맞선 대선 결선 투표(6.16~17)를 이틀 앞뒀던 당시 헌재는 “이집트 하원 의원 가운데 3분의 1이 불법적으로 당선된 만큼 결과적으로 전체 의회 구성도 불법”이라면서 의회 해산 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사임 후 이집트 실권을 장악했던 군최고위원회(SCAF)의 추인을 받은 헌재의 결정은 무르시 대통령을 배출하고, 의회 전체 의석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한 무슬림형제단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헌재의 결정 직후 군최고위는 새 의회 구성 때까지 입법권과 예산 감독권을 자신들의 권한 아래 두는 임시헌법을 발동, 새 대통령에게 부여될 권한 중 상당 부분을 가져갔다.

이에 따라 무르시 대통령이 취임 후 해산된 의회를 원상복구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긴 했다.

7개월전 총선의 결과로 무슬림형제단이 만든 자유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의석 절반을 차지하게 된 기존 의회를 다시 가동시킴으로써 군부에 맞서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무르시는 지난달 30일 대국민 취임연설에서도 “이집트 군대는 국방, 치안과 같은 본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집트 국민을 비롯해 전 세계가 이집트의 권력이 어떻게 군부에서 시민의 손으로 돌아올지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군부와의 협의없이 이처럼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진 것은 예상 밖이라는게 이집트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치분석가 무하마드 칼릴리는 “이번 조치는 누구나 예상했던 것이기는 하지만, 군부와 합의 없이 지금 이뤄질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무르시의 결정은 군부로부터 입법권을 되찾아 국회에 돌려주려는 것”이라며 “새 의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아마도 정부에 권한을 부여하거나, 취임 초기에 ‘100일 플랜’을 시행하기 위한 어떤 법안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군사최고위원회는 대통령의 의회 재소집 명령 이후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이집트 언론이 보도했다.

군사최고위 관계자는 “의회 재소집 명령과 관련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무르시의 정치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지도자들은 즉각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야권의 유력인사 중 하나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무르시 대통령의 결정이 “이집트를 헌법적 혼수상태로 만들 것이며, 국가를 구성하는 기관들 사이의 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군부와 무르시 대통령이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와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날 의회 재소집을 발표하면서 새 헌법 발효 후 60일 이내에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한 것은 의회를 복원하지만 이번 의회의 임기(4년)를 모두 채우게 하지는 않겠다는 절충적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무르시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예방을 받은 지 몇시간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으로부터 모종의 ‘지지의사’를 확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번스 부장관은 대통령의 결정이 나오기 직전 무르시 대통령과의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마치 무르시 측과 사전 조율을 한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집트의 민주화 이행 과정에 진전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회의 가동과 보편적 권리를 지지하는 새 헌법을 입안하는 포괄적인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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