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적자 감축 실패… ‘타협 미덕’ 차버린 의회

美 재정적자 감축 실패… ‘타협 미덕’ 차버린 의회

입력 2011-11-23 00:00
수정 2011-11-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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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가 ‘바보’가 돼 가고 있다. 나라의 위기 앞에서는 당파를 초월해 하나가 되는 애국주의 전통은 사라지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기주의만 남았다. 선진 민주정치의 표본으로 부러움을 샀던 미국 정치는 이제 미국인들로부터도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치권엔 비겁함·당파성만 남았다”

연방정부 재정적자 감축안 마련을 위해 지난 8월 의회 내에 구성된 ‘슈퍼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합의 실패를 선언했다. 여야는 즉각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민주당이 과도한 세금 인상안을 고수한 탓”이라고 비난한 반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은 세금 인상을 반대하는 극우파를 무시할 용기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1조 2000억 달러의 정부 지출 감축은 자동적으로 시행된다’는 지난 8월의 여야 합의사항을 들어 “디폴트(국가부도) 위험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파장을 애써 축소했다. 그러나 100여일 전 정쟁으로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렀던 정치권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을 꼬집어 미 언론은 “슈퍼위원회의 슈퍼 실패”라고 비꼬았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이날 다우지수는 2.11% 급락했다. 유럽 각국 증시도 2% 이상 하락했다.

미국 정치가 이처럼 벼랑 끝 대결을 거듭하는 것은 ‘티파티’와 같은 공화당내 강경론자들이 의회를 쥐고 흔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원들의 당선은 물론 대선주자들의 부침(浮沈)까지 좌우할 만큼 세력이 커져 타협론자들이 설 땅이 좁아졌다. 무소속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과거엔 위기 앞에서 여야가 하나 되는 전통이 있었는데 지금 정치권엔 비겁함과 이기심, 당파성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타협 대신 내년선거 심판 선택” 분석도

2021년 미국의 누적 재정적자는 7조 2050억 달러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1조 2000억 달러 예산이 차질 없이 감축된다 하더라도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밖에는 안 된다.

따라서 내년 11월 대선 및 총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세금을 크게 늘리거나(민주당 승리 경우),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하는(공화당 승리 경우) 식으로 감축안을 수정할 개연성이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양측이 당내 강경론자들의 비판을 살 수 있는 양보와 타협을 포기하고, 대신 내년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직접 받는 쪽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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