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만 물러난다”… 살레, 말 뒤집기

“선거로만 물러난다”… 살레, 말 뒤집기

입력 2011-04-26 00:00
수정 2011-04-2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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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세력에 정권 못 줘” 예멘사태 다시 ‘오리무중’

노회한 독재자의 술책과 야권 분열로 예멘 사태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어렵게 마련한 중재안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시위가 계속되면서 내전 위험도 높아졌다.

‘면책을 대가로 30일 내 대통령 퇴진’을 골자로 한 중재안은 야권과 반정부 시위대를 갈라놓았고, 야권의 조건부 수용은 다시 독재자에게 반격의 빌미를 줬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나는 폭도나 반란 선동자들에게는 권력을 넘겨줄 수 없다.”면서 “정권 이양은 오직 국민투표와 개헌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배짱을 부렸다.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집권당이 과반수가량을 차지하는 거국내각의 주도 아래 선거를 치르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등 반정부 세력은 배제할 것임을 국내외적으로 공포한 것이다.

전날 야권연합체인 공동회합당(JMP) 측이 중재안 수용 조건으로 내건 ‘집권당이 주도권을 갖는 거국정부 반대’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다.

이 같은 태도는 “살레는 과거에도 퇴진 약속을 번복했으며 이번에도 시간을 벌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 말하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커지게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살레는 이번 민중 봉기를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미국과 유럽이 권력을 넘기라는데, 쿠데타 세력에게 주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는 쿠데타가 아닌 선거로만 물러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행동에는 퇴진하더라도 측근들이 정권을 이어받을 것임을 확신하는 태도가 깔려 있다. 또 미국 등 서방에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자신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여전히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배후에서 걸프협력협의회(GCC) 중재안을 지원하고 살레 대통령과 야권의 조건부 타협을 이끌어냈지만, 강경 시위대의 반발과 야권 분열 속에 살레의 꼼수에 말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예멘 국민의 민의와 테러 전쟁의 협력자 사이에서의 딜레마다.

예멘에서는 25일에도 수도 사나와 아덴 등 주요 도시에서 수천명이 참여하는 대통령 즉각 퇴진 요구 집회와 철시가 이뤄졌고 시민 불복종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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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2011-04-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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